서울 노원구가 추진 중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되면 1,300병상 규모의 노원서울대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재보궐선거 당시 해당 부지에 돔 구장과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서울시의 결정에 사업 추진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13일 서울시와 노원구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최근 1,300병상 규모의 노원서울대병원 건립 계획안을 마련했다. 계획안에는 기존 종로구 연건동에 있는 서울대병원 본원을 암 환자 특화 전문 병원으로 운영하고 주요 진료과와 의료 인력을 노원서울대병원으로 배치해 연구·개발 거점 병원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서울대는 노원서울대병원 건립을 위해 올 1월부터 노원구청에 팀장급 인력을 파견해 상주시키는 등 일찌감치 사업 추진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병원 개원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노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돼야 한다는 단서를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한 역점 사업이다. 오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지 총 24만 6,000㎡에 종합병원과 국내외 바이오 제약 기업 등을 유치하는 것이 골자다.
노원구는 지난해 10월 서울대병원과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까지 체결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창동차량기지는 경기 남양주시로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은 의정부시 이전을 위해 경기도와 협의 중이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거공약으로 노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부지에 돔 구장과 대형 복합 쇼핑몰 건립을 내걸면서 사업 추진에 경고등이 켜졌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노원구 인구는 서울 자치구 25곳 중 4위이자 강북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업체 수는 18위에 그칠 정도로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노원서울대병원이 개원하면 서울 동북권 경제를 활성화하고 강남·북 균형 발전을 이끄는 전초기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노원서울대병원 개원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도 당초 수립했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오 시장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등 전임 시장 시절 추진됐던 정책을 대부분 수용하며 시정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원구는 노원서울대병원을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의 랜드마크로 삼아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지사와 국내 바이오 기업의 연구소까지 유치해 약 8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에 흔치 않은 규모의 유휴 부지인 창동차량기지가 산업 집적형으로 개발되면 자족 도시로서의 기능도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동역 인근에는 약 2만 석 규모의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인 ‘서울아레나’와 예술 관련 스타트업 육성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노원서울대병원 건립은 서울대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고 노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ngine@sedaily.com,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