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문제를 다루는 한일 양자협의체를 가동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과거사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해온 한일 양국이 양자협의체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새로운 양자협의 개최를 타진해 일본 쪽이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양자협의체에 폐로 업무를 관장하는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 규제 당국인 원자력규제청, 그리고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공식 요청이 오면 양자 협의체 구성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밝혔다. 앞서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검증 과정과 별도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한일 양자 협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양자 협의 개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원전 오염수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오염수 방류 방식과 안전성에 대한 양국 간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하는 방안을 타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오염 농도를 국제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 사법절차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지난달 방한해 “일본은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했다”며 미국 개입에 선을 긋자 정부는 오염수 방류 저지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차선책으로 해양 방류 안전성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양자 협의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자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오염수 문제와 더불어 국내 법원의 위안부·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한일 간 의견차를 좁힐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자협의체가 한일 양국이 모두 참여하는 첫 공식 논의 기구이자 새로운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는 “이미 경색된 한일 관계가 원전수 문제로 악화될 수 있었지만, 한일 양국이 공식적인 외교 채널로 소통 의지를 보이면서 오히려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