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주목할 차기 대권 주자로 지목했다.
김 전 위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부총리가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며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경제 대통령’ 얘기와 함께 (대선 주자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에서 시작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설계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김 전 부총리를 대권 주자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도 그는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대권 주자’를 언급하며 김 전 부총리를 에둘러 지칭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경제 대통령’도 함께 거론하던 시기라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후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다가 이날 갑자기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다”며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의 언급 전에도 정치권에서 김 전 부총리의 ‘드라마틱한 삶’을 들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전 부총리는 판자촌에서 자랐다. 가난한 집안 탓에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원으로 일하다 국제대(현 서경대)에 입학했고 이후 주경야독하며 고시에 합격한 경제 관료다. 비주류 대학 출신으로 서울대 출신 관료가 다수인 기재부 장관 자리까지 올라 관가에서는 ‘흙수저의 신화’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모두 거쳐 정치색도 옅다. 또 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에 반발하며 직을 던져 강단이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가 움직이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어젠다를 들고 나오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언급하면서 또 다른 실력을 갖춘 사람으로 김 전 부총리를 말한 것”이라며 “검찰 출신 윤 전 총장에 이어 경제통인 김 전 부총리까지 말하며 야권 대선 주자의 범위를 넓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