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19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사록 공개를 앞두고 소폭 하락했는데요. 이번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와 별도로 이날 월가에서는 AT&T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소식이 화제였습니다. 미디어 시장의 대격변을 알리는 신호인 까닭인데요.
어쨌든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논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나온 미시간대학교의 소비자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6%로 전달의 3.4%보다 크게 올랐는데요. 향후 5년 동안은 3.1%로 10년 래 최고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인플레를 야기하는 공급병목 현상은 빠른 시일 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경제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일까요? 인플레를 포함해 코로나19 이후 경제에 대한 질문들(루트홀츠 매니지먼트 벤 칼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플레 가능성 커졌지만 금리 3~4%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까?”
루트홀츠 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종종 소개해드리는 분인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곤 합니다. 그가 ‘팬데믹 이후의 12가지 질문들’이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하나씩 보다보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 상황을 정리하고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벤 칼슨의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드디어 의미있는 수준의 물가상승을 보게 되느냐입니다. 지난 수십 년 간 물가상승률은 생산성 향상과 세계화 등에 지속적으로 떨어져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고 정부 지출확대가 물가상승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인데요.
핵심은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올릴 수 있겠느냐입니다. 벤 칼슨은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재의 부채수준을 고려하면 3~4% 이상의 금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 지출이 더 늘어나면 연준은 금리를 한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플레를 볼 때 연준이 움직이는 최초 시점과 함께 얼마나 움직일 수 있겠느냐를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를 정확히 맞출 사람은 없지만 평소에 큰 그림을 한 번 그려보고 고민해보면 도움이 되겠죠. 여기에는 정부 지출확대 부분을 분명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임금 문제와도 관련됩니다. 만약 매년 물가가 3%가량씩 오른다면 급여도 인상돼야 합니다. 급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를 더 악화할 수도 있지만 수요를 늘려 소비증가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단기적인 인플레라도 경제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봉급 생활자, 그것도 저소득층은 물가가 오르면 실질 소득이 줄지만 각종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은 문제가 없거나 되레 부동산 값이 올라 부를 더 키울 수 있죠. 중산층 재건이 목표인 조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출장·여행·소비 패턴은 실제로 얼마나 바뀔까?
질문은 이어집니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규제가 풀리고 정상화하는 시점에서 출장과 여행, 소비패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코로나19 기간 동안 원격회의 시스템인 줌(Zoom)이 크게 활용됐죠. 미국은 이제 마스크 착용제한도 풀리고 기업들도 속속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출장의 경우 원격회의가 가진 나름대로의 장점을 맛본 상황에서 20~30%만 수요가 줄어도 항공과 숙박, 식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입증되겠지만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으면 경제활동과 구조 변화를 좀더 예민하게 잡아낼 수 있을 겁니다.
여행과 소비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는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빌어 최근에는 28일 이상 장기임대가 전체 예약의 약 4분의1에 달한다는 지적했습니다. 장기휴가 혹은 일과 휴식이 합쳐진 원격근무로의 이행이 코로나19 이후 어느 정도 지속되느냐를 봐야 한다는 것이죠.
소비도 그렇습니다. 코로나19 때의 소비증가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관건이죠. 벤 칼슨은 “영화관이 사람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게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는 특수한 행동과 사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문자 그대로의 영화시청은 이제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물론 이같은 질문들은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나왔던 것들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지만 코로나19가 끝나가는(미국의 경우) 상황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예상은 맞았던 건지, 또 달라졌다면 어느 정도나 달라지는 건지 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시 경제정상화가 이뤄지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의 문제제기들은 잊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증시는 얼마나 더 갈까…경제학계의 최대화두인 불평등 대안으로서의 기본소득?
시장 입장에서는 증시가 더 지속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일텐데요. 벤 칼슨은 “나는 지난해 말에 증시가 닷컴버블 때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자문한 적이 있고 우리는 이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계속 투자에 불안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연준이 오랫동안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통제돼야 한다는 여러가지 일들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경기가 앞으로 계속 좋아져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죠.
그 또한 증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향후 경제를 볼 때 증시의 방향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코로나19로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인지도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미국만 해도 성인 1명당 지난해와 올해 수천 달러씩을 지급받았습니다. 위기에 돈을 받는 경험을 전 국민이 해본 셈입니다.
이것을 확대하면 평소에도 매달 기본소득 개념으로 돈을 지급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동안 기본소득 논의가 많이 있었죠.
앞서 언급했지만 미국 경제학계의 최대 화두는 경제 불평등입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코로나19 이후 자산과 소득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는 경제에 대한 시각과 이에 대한 학계의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을 다시 따져보면서 경제운용에 대한 접근방식과 시각을 재점검해봐야 하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