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반등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낸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금의 대체 투자재로 꼽혔던 암호화폐의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서 금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상승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 금선물 가격이 온스당 17일(현지 시간)1,869.5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21일 1,869.30달러 이후 최고 가격이다. 지난해 8월 2,000달러선을 뚫으며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던 금값은 줄곧 하락하다 올해 3월 30일 1,678달러를 기록하며 1,700달러선을 깨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1,700달러선을 밑돌았으나 5월 6일 이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KRX금 역시 지난해 7월 28일 8만 100원을 찍은 후 올 3월과 4월 6만 2,000~6만 4,000원선을 맴돌다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탔다. 18일 기준 6만 8,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 같은 금값 상승은 무엇보다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3월 말 93포인트까지 뛰었던 달러 인덱스는 꾸준히 하락하며 최근 9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다. 구리·철 등 각종 금속 가격이 뛰면서 금 역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금 ETF인 GLD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자금이 순유출되다 5월 초부터 11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체재로 여겨졌던 코인 시장이 최근 흔들리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다른 원자재 대비 수익률이 부진했던 금 가격에 상승 계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값이 과거처럼 2,000달러선을 재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장은 “이자가 나오지 않는 금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빛을 발하고, 실질금리가 상승 시 취약한 자산”이라며 “향후 지속적으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1,900달러를 넘어서기는 힘이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하반기 금 가격은1,600달러에서1,950달러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귀금속 중에서는 금보다 산업용 수요 비중이 높은 은이나 친환경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팔라듐의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