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이 21일 워싱턴에서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대면 만남이자 아마도 백악관에서 갖는 두 정상의 마지막 회담이지 싶다.
중요한 주제는 북한 핵 문제다. 서로의 입장에 차이가 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과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했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평화를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미국과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이라며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를 통해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평화와 대화를 강조한 데 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핵의 위협과 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미국도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북한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께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인 진전을 이룬 역사적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지만 바이든 정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 대북 대화나 제재 해제를 촉구하면 역효과만 난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 빈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실질적 방안이다.
코로나19 백신 협력도 논의한다. 청와대는 백신 파트너십이 주요 의제라고 밝혔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미국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이에 국내 위탁 생산 협약이 체결된다는 보도도 있다. 백신의 국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향상에 보탬이 되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더 시급한 일은 백신의 조기 공급이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인구 25%인 1,300만 명에게 1차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63%, 영국 54%, 미국 48%가 접종했다. 6월 말에는 집단 면역이 거의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비춰 보면 우리는 너무 느리다.
코로나19 발생이 비교적 덜했던 동아시아에서 최근 환자 숫자가 급격히 느는 점도 심각하다. 일본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6,000명,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수천 명이고, 바이러스 청정국으로 알려진 타이완과 베트남에서도 집단 발병이 일어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억 9,200만 회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 하반기에 들어오게 돼 있어 문제다. 미국은 현재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미국 물량을 우리가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인데 수천만 회분이 5∼6월 중에 도입되도록 협의해야 한다.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개편도 논의 주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달 전 세계 주요 기업과 화상회의를 열어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국 투자를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20조 원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자동차 생산 공장, SK와 LG그룹은 배터리 제조에 관한 신규 또는 추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
미국 시장 확보와 경쟁국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글로벌 기업 전략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지만 국내 생산과의 연계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데 비해 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그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대가로 미국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한 협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