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채發 파산 경고, 스태그플레이션 장벽 빨리 쳐야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기업 등의 부채가 대규모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하고 나섰다. OECD에 따르면 가계, 비금융 기업, 정부의 글로벌 총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210조 달러로 1년 새 19조 달러나 급증했다. 경기 회복세가 무뎌지거나 정책 지원이 줄면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줄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OECD의 진단이다. 주택 가격이 조정되면 가계도 대규모 파산에 이르고 결국 은행 부실을 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 대출은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늘어 1,025조 원까지 치솟았다. 악성 부채인 카드론이 급증하며 신용 대출은 한 달 만에 12조 원가량 뛰었다. 기업 대출도 11조 원 넘게 늘어 1,011조 원에 달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이 9조 원 넘게 급증한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정부가 일단 은행의 팔을 비틀어 원리금 상환을 늦추고 있지만 부실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국가 채무도 올해 말 965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나 경제 주체 3대 부문이 일제히 ‘부채의 덫’에 갇힐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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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원자재·식료품 등의 인플레이션은 ‘부채의 악몽’을 더 키울 것이다. 허약해진 체질에 채산성이 나빠지고 금리 인상 등 긴축까지 시행되면 쓰러지는 경제 주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은 안중에 없고 쓸 궁리만 하는 정부가 국채 이자 부담을 어떻게 감당해낼지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성장률 수치만 갖고 장밋빛 낙관론에 빠져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인플레이션 파고 속에서 도미노 파산이 이어질 경우 경제는 꼼짝 없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정부는 안이한 시각에서 벗어나 중장기 경기 흐름에 맞춘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부실 쓰나미를 차단할 장벽을 사전에 구축하지 않는다면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최악의 부채 악몽에 빠질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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