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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했더라면’ 과거에 얽매인 가정법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법




‘만약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때 그에게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줬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만약~했더라면(What-if)’의 가정을 하며 살아간다. 특히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후회로 괴로울 때마다 생각나는 이 가정법은 더욱 더 근심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마음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다. 꼭 극단적인 트라우마나 상처가 아닐지라도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 알고 있는 징크스가 있을 수도 있고 특별한 장소, 물건 등과 얽힌 가슴 아픈 기억을 일부러 잊으려 안간힘을 쓰고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SNS 속에서는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조금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크든 작든 과거의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 누구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이미 벌어진 일이고, 내가 아무리 ‘만약~했더라면’의 가정법을 총 동원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저자<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저자


1944년 발레리나를 꿈꾸던 평범한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를 죽인 나치 장교 앞에서 발레 춤을 추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의 저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에디트 에바 에거의 실제 이야기다. 그녀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자신의 부모뿐만 아니라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가는 과정을 목도해야만 했고 끔찍한 육체적 고통도 겪어야했다.


『미국에 온 후 나는 수용소로부터 지리적으로 어느 때보다 더 멀어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이전보다 마음 감옥에 더 갇히게 됐다. 과거로부터,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는 과정에서 나는 자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두려움의 감옥을 만들었고 침묵으로 감옥의 자물쇠를 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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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중에서 -

그러나 자신과 같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된다. 처음으로 과거의 기억을 똑바로 응시하게 됐고,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비참할 수도, 희망찰 수도 있다. 나는 우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항상 이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중략) 나는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구원할 수 있는 삶은 있다. 바로 나의 삶이다. 내가 바로 지금 사는 이 삶, 이 귀중한 순간이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중에서 -

이 같은 큰 깨달음은 그녀가 나이 오십 무렵에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따고 자신처럼 마음 감옥에 갇혀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이끌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난을 현명하게 헤쳐 왔지만, 에디트 에바 에거 역시 때때로 과거의 상처에 갇히고 만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지금의 경험이 얼마나 고통스럽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선택권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라는 명확한 사실을 말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에서 심리치료사로 탈바꿈한 에디트 에바 에거 저자의 삶을 담고 있는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에게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깨닫는다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한 빌 게이츠의 말대로 그녀의 유일무이한 배경이 매우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마음 감옥’이라는 것은 단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감옥은 감옥이지만 실제가 아닌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고, 마음을 어떻게 먹고, 생각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따라 나는 감옥에 갇힌 희생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과거는 통제할 수 없지만 미래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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