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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파이프라인' 송유관 뚫는…이런 한국영화 처음이야(종합)

20일 영화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유하 감독과 배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이 참석했다.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제공20일 영화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유하 감독과 배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이 참석했다.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제공




누아르 영화의 대가 유하 감독이 기름을 훔치는 도둑, 도유(盜油)범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들고 왔다. 기름이 언제 폭탄이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긴장감까지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유 감독과는 처음 만나는 배우 서인국, 이수혁의 조합, 그리고 느와르가 아닌 오락 장르라는 것만으로도 새롭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유하 감독과 배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전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가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계략에 휘말리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파이프라인'은 범죄 액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로 이어지는 거리 3부작으로 주목받은 유하 감독의 첫 범죄 오락 영화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유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쓰며, 고양 저유소가 외국인 노동자가 날린 풍등으로 인해 폭발한 사건에 영감을 받았다. 그는 "내가 아이템부터 개발한 것은 아니고, 10년 전부터 개발되고 있던 시나리오다. 2016년 도유에 관심이 갖게 된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며 "김경찬 작가와 함께 새롭게 시나리오를 써서 2019년도에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의 내 영화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다. 이름을 가리면 누가 만든 영화인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러 작품을 하면서 같은 소재와 같은 메뉴로 하다 보니 좀 색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다. 도유를 하기 위해 지하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흥미롭게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액션이 주를 이루지만, 유 감독의 이전 작품과 결이 확연히 다르다. 조금씩 서툴고 어색한 액션들이 코믹스럽게 그려진다. 그는 "액션에서 좋아하는 단어가 '카니발'이다. 금욕적인 생활에 접어들기 위해 축제를 벌이는 것"이라며 "살기 위해서 죽는다는 반어적인 의미가 있는데, 비루한 루저들이 벌이는 카니발의 느낌으로 찍었다. 예전 작품들처럼 사시미를 쓰는 액션이 아니라 블랙 코미디처럼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도유는 국내 영화에서는 생소한 소재라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유 감독은 "레퍼런스된 작품을 찾아봤는데 송유관을 뚫는 영화는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었다. 내가 처음 만든 것일 것"이라며 "송유관이랄지 여러 가지 설비들은 사진을 통해 봤지만, 지하 땅굴, 공동구, 드릴핀 등은 상상에서 나왔다. 대부분 블랙코미디성이 있기 때문에 과장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도둑들이 어떻게 기발하게 기름을 빼돌리는가?'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아니다. 생면부지의 도둑들이 모여 가치관이 변하고, 더 큰 악을 때려잡는 팀플레이에 요점을 두고 만들었다.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관람하면 더 즐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서인국 역시 "도유라는 소재가 처음에 많이 생소했다"며 "외국 영화에서는 몇 번 본 것 같지만 국내 영화는 없었고, 국내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지도 몰랐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사전 조사를 하고 자료를 봤을 때 굉장히 신기하면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굉장히 욕심이 났다. 땅굴 안에서 펼쳐지는 것들이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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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영화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유하 감독과 배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이 참석했다.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제공20일 영화 '파이프라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유하 감독과 배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이 참석했다.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인국이 연기한 핀돌이는 드릴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돌리는 천공 기술자로, 업계 최고라 불리는 타고난 도유꾼이다. 도유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외모로 완벽한 위장술까지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는 "땅굴에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폐쇄적인 곳이라는 것에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배우들끼리 서로 웃으면서 열심히 만들었다"며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드리는 만큼 부담도 되고 걱정도 컸지만 유하 감독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서인국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꽃미남이 아니면 안 좋아하기 때문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딱 보자마자 매료됐다"고 장난스레 말하며 "굉장히 짓궂은 악동의 이미지도 있고, 아티스트의 의젓한 모습도 있고, 상남자적 이미지가 다 있더라. 서인국과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가 투자가 안 됐었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파이프라인' 시나리오를 주게 됐다"고 밝혔다.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은 극 중 핀돌이를 중심으로 모여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하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음문석은 프로 용접공 접새 역, 유승목은 땅굴 설계자 나과장, 태항호는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 역, 그리고 배다빈은 상황 판단이 빠른 감시자 카운터 역을 맡았다.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막장 팀플레이를 펼치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유 감독은 "음문석은 '열혈사제'를 보다가 굉장히 에너제틱한 배우가 탄생했다 싶어서 바로 시나리오를 줬다. 유승목은 '강남 1970'부터 함께했는데 원래 깡패 역을 잘 하는 배우다. '파이프라인'에서 이미지 변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태항호는 자체로 큰삽이다. 소년과 헐크같은 이미지가 혼재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 배다빈에 대해서는 "사실 카운터 역과 안 어울렸다. 카운터는 꾀가 있고 세상에 때도 묻은 이미지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청순하더라"며 "처음에 설현을 봤을 때 느낌이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수혁은 극악무도한 악인 건우 역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대한민국 굴지의 정유 회사 후계자로, 오로지 돈을 쟁취하는 것에 혈안이 돼 도유꾼들과 대척점에 서게 된다. 유 감독은 "건우는 현실적인 악인이라기 보다 몽상가적인 소시오패스"라며 "이수혁은 현실과 판타지가 혼재된 외모라서 배역에 싱크가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수혁은 "건우가 다른 악역과 다른 지점은 초반에 젠틀해 보이지만 변해가는 과정이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 지점을 잘 보일 수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파이프라인'의 신선함과 색다름에 집중했다. 그는 "이전에는 현장에 나갈 때마다 두려웠는데 이번에는 웃고 즐기고 힐링을 많이 했다. 이 영화가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힐링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우울증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치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 1970' 때도 갑자기 무슨 부동산 영화냐고 했는데, '파이프라인도' 새삼스럽게 기름 영화를 하느냐고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공장이 멈추고 재생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예측하지 않았지만 석유의 종말을 예측하는 이야기도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한편 국내 최초 도유꾼의 이야기 '파이프라인'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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