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비규제' 강원 17억·제주 15억 터치…풍선효과, 집값 거품 키운다

'속초디오션자이' 131㎡ 분양권

5개월새 3억 뛰어 16.9억 거래

제주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은

15억 찍으며 대출 금지선 넘어

청약 마감률도 71.9%로 오름세

규제 풍선효과로 시장 왜곡 심화





지난해 말 이후 전국 226개 시군구의 절반이 규제 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마지막 남은 비규제 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현재 규제 지역이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강원과 제주 등 단 두 곳뿐이다. 시장의 현금이 규제의 손길이 미치치 않은 이들 지역으로 쏠리면서 강원도와 제주도에서는 이달 들어 ‘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강원도 속초시에서는 15억 원을 넘어 17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까지 나왔다.



시장에서는 정부 규제가 만든 풍선 효과가 집값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 추세라면 정부가 전 국토를 규제 지역으로 묶을 것으로 보인다”며 “풍선 효과가 곳곳의 집값을 띄우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규제 강원 분양권, 첫 17억 거래=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속초시 동명동에서 분양된 ‘속초디오션자이’ 전용 131㎡의 분양권이 이달 7일 16억 9,008만 원에 손바뀜됐다. 해당 평형의 전고가는 지난해 12월 거래된 13억 4,838만 원. 불과 다섯 달 만에 3억 4,000만여 원이 뛴 셈이다. 도내에서 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 15억 원을 넘긴 가격에 아파트가 매매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훌쩍 넘겨 거래된 이 매물은 단지 내 단 6가구밖에 없는 최고층(43층) 펜트하우스다. 당시 분양가만 11억 6,000~11억 7,000만 원 수준에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규제 지역의 ‘초고가’ 분양권 거래는 제주도에서도 포착됐다. ‘도내 최고 분양가’로 관심이 집중된 바 있는 제주시 연동의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 전용 154㎡(14층)의 분양권이 이달 18일 15억 1,310만 원에 매매된 것. 이틀 후 나온 같은 평형의 매매 거래도 15억 원보다 300만여 원 모자란 14억 9,610만 원에 거래되며 ‘15억 원’이라는 가격대를 굳혔다. 이보다 면적이 작은 같은 단지 전용 145㎡의 분양권도 이달 17일 14억 7,410만 원에 팔리며 대출 금지선에 근접했고, ‘국민 평형’이라는 전용 84㎡ 분양권 가격도 이미 10억 원을 넘어섰다. 제주 아파트 매수자 중 외지인 비율은 지난해 11월 19%에서 지난 3월 30%로 10%포인트 늘었다. 서울 거주자는 같은 기간 19명에서 3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지정된 신규 규제지역지난해 말 지정된 신규 규제지역




◇규제 풍선 효과가 만든 집값 거품?=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실거래가뿐 아니라 아파트 매매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속초와 제주의 올해 누계 상승률은 이미 지난해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올해가 불과 다섯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상승률을 훨씬 상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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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강원도 속초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 값이 0.40% 오르는 데 그쳤지만 올해 누계 상승률은 2.98%에 달한다. 제주도 제주시는 2020년 한 해 동안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0.54%)를 기록하며 집값이 떨어졌지만, 올 들어서는 총 7.21%나 올랐다. 이에 더해 제주는 이번 주 ‘역대 최고 상승률’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제주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47%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강원과 제주에서까지 15억 원을 넘긴 초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원인은 결국 ‘정부 규제’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경상·전라도 등 지방까지 규제 지역으로 묶어버리자 시장의 유동 자금이 결국 대출 등 규제가 없는 비규제 지역으로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규제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시가 15억 원 초과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 오히려 LTV를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비규제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급격히 높아지는 이유다. 또 규제 지역과 달리 입주 전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외지 투자자들을 이끄는 요인이다. 부동산 규제가 덜하다는 이유 때문에 올 들어 비규제 지역의 청약 경쟁률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규제 지역의 1순위 청약 마감률은 71.9%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60.4%)보다 11.5%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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