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국내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 구축' 구상이 구체화될지 시선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와의 국내 업체의 위탁생산 계약을 통해 백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한미 양국 간 백신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삼성바이오와 모더나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측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을 맡으면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한국코러스컨소시엄(스푸트니크V)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게 된다. mRNA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에는 단일 항체 치료제 외에는 코로나19 백신 제품을 생산할 만한 설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모더나의 백신 위탁생산을 맡아도 ‘병입(DP)’ 단계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기술이전이 이뤄지면 1년 이내에 생산을 위한 공정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의 도입 시기가 구체화되면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접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와 체결한 백신 기술이전 계약의 연장 여부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달 28일 노바백스와 코신 원액 생산 라이선스 계약 일자를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도 백신 생산·활용이 가능하도록 계약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개발·생산(CDMO)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2월에는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았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할 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정부가 도입을 확정한 노바백스 백신은 총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이다. 이 중 1,000만 명분이 올 3분기에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안재용 SK바이오로직스도 방미 중이다.
업계에서는 원활한 원료 수급 방안까지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 역량이 충분하더라도 재료가 없으면 백신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생산에 대한 원료 확보 어려움을 겪자 원·부자재 생산 기업 등과 일대일 협의를 통해 수급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원·부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백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