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가상화폐와 관련해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원 지사는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블록체인, 넌 누구니?’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코인 시장을 투기로만 규정하고 때려잡아서 끝낼 게 아니라 디지털 자산시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전향적 정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여야 대권주자 가운데 가상화폐(가상자산) 관련한 정책에 가장 적극적이다. 원 지사는 앞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에 100만원 어치를 투자한 사실도 밝힌 바 있다. 또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기 위한 유치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원 지사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또 한 명이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것보다는 자산계획 자체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들과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대화를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며 “정부에 대한 발언권을 가지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지난 19일 코인을 샀는데 이미 나흘 만에 20만 원이 날아갔다”며 “다 날릴 각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해서 집 사는 게 힘들어졌고 주식 시장의 변동폭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코인의 어마어마한 변동폭을 보고 코인 시장에 들어간 것”이라며 “투기 시장인 것도 맞지만, 코인에 투자하는 이들의 절박함에 비해 정부가 너무 나몰라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 지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현재의 화폐시스템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원 지사는 “비트코인이 기존의 모든 화폐와 시스템을 대체한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현재 가상화폐거래소에 나와 있는 코인들 중에는 다른 목적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소위 거품과 투기가 굉장히 많이 끼어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연히 국민들이 투자하는 시장인 만큼 정부가 투기 단속과 시장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가상화폐에 대해)너무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면 불필요하게 경직되고 지금의 정부처럼 무식한 정책을 많이 펴게 된다”며 “누가 하더라도 완벽한 장치(규제)는 나올 수 없다. 가짜 거래소, 엉터리 코인들이 우선적으로 걸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인 투자자들의 일부 투기적인 투자 동기는 동기대로 다루되,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 경제와 관련해 앞으로의 디지털 영토를 개척해나가는 데 있어선 물꼬를 터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원 지사는 “건전한 블록체인 산업 양성을 위해 공공 분야에 스타트업들의 초기 시장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임시로라도 가능한 모든 규제를 없애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블록체인 응용 사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