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요동친 서울 요식업 점포 수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던 한식과 양식 매장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10~20%나 사라진 반면 일식과 중식·패스트푸드 등을 판매하는 식당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늘어난 수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체 요식업 점포가 지난 10년간 35%(1,358→886개)나 줄어든 신촌 상권에서도 중식 매장만은 70%(26→44개)가량 새롭게 생겨날 정도였다. 최근 식생활 트렌드나 유동 인구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창업하거나 매장을 운영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결과로 확인된 셈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계열사인 신한카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권을 분석, 그 결과를 토대로 가맹점주들에게 컨설팅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카드 업계 1위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한 신한카드가 지난 10년간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판매하는 주요 메뉴와 상권에 따른 국내 요식 업계의 흥망성쇠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전체 요식업 점포(이하 신한카드 가맹점 기준)는 지난 2011년 말 13만 1,042개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12만 605개로 8.0%(1만 437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꾸준히 증가하던 요식업 점포 수는 2019년 정점을 찍고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보면 서울 지역 요식업 매장 수는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요식업 점포가 줄었지만 업종별 영향은 상이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식 매장은 201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3월 기준 5만 2,610개로 2011년 6만 3,433개 대비 17.1%(1만823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식도 같은 기간 5,088개에서 4,533개로 555개가 사라져 10년 전보다 매장 수가 10.9% 감소했다.
한식과 양식이 지는 업종이라면 일식·중식·패스트푸드 등은 상대적으로 뜨는 업종이다. 일식은 2011년 말 4,144개에서 올해 3월 말 4,903개로 18.3%(759개) 늘어났다. 중식은 같은 기간 4,361개에서 4,464개로 4%(103개), 패스트푸드는 2,350개에서 2,517개로 7.1%(167개)가 증가했다.
물론 이들 업종도 코로나19의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전체 평균이나 한식·양식 매장 감소 폭에 비해 충격이 덜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주변 국가에서 조리법을 체득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결과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초밥이나 라멘 같은 일식 메뉴나 훠궈·양꼬치·마라탕 등을 파는 중식당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패스트푸드 메뉴 역시 다양화되는 추세다.
지난 10년간의 요식업 점포의 변화는 주요 상권별로도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젊은 2030세대 고객 비중이 높은 홍대나 신촌 상권에서 일식·중식·패스트푸드 등의 수가 크게 늘었다. 홍대 상권의 요식업 점포 통계를 보면 2011년 대비 한식 73개(-8.6%), 양식 86개(-30.5%)가 줄었으나 일식 42개(35.3%), 중식 14개(28.0%), 패스트푸드 13개(52.0%) 등으로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신촌 상권도 2011년 대비 한식당이 174개 줄어들 동안 일식(3개)과 중식(18개), 패스트푸드(3개) 업종의 매장은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주변 직장인이나 거주자 비중이 높은 강남역과 방이동 상권은 홍대나 신촌에서 인기 있는 메뉴의 증가 폭이 더디게 나타났다.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낮은 만큼 홍대나 신촌에서는 배달 수요도 급증했다. 홍대와 신촌 상권의 전체 요식업 매출은 2019년 3월 대비 올해 3월 현재 각각 43.3%, 48.8%가 줄었다. 반면 배달 매출액은 같은 기간 홍대가 228.3%, 신촌이 177.2%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한 관계자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 최근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가맹점주들이 직접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선호하는 메뉴는 무엇이고 어떤 연령대의 손님이 오는지, 반대로 인기가 없고 사라지고 있는 식당은 어떤 형태인지를 알면 점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