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간과 자연의 균형 깨질 때, 예술이 문제 제기해야죠"

박신의 유니트윈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26일까지 회원국 순회 학술대회

'지금, 기후위기' 환경문제 고찰

행동·실천하는 예술로 치유 강조





그야말로 ‘위기의 시대’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그리고 인간 스스로를 어떻게 망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코로나뿐이던가. 인류에 의한 수많은 재앙의 싹은 세게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후 위기다. 홍수로, 가뭄으로, 화재로 수많은 종의 동물이 터전과 목숨을 잃고 있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상황. 곧 ‘우리 인간의 현실’이 될 재앙 앞에 예술계도 머리를 맞댔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서다. 유네스코 유니트윈은 1992년 시작된 연구협력사업으로 전 세계 134개국 850개 대학 및 고등교육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매년 정회원국이 순회하며 국제 학술대회를 연다. 올해 행사는 싱가포르, 독일 뉘른베르크, 캐나다 위니펙에 이어 네 번째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을 주제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예술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성찰입니다. 그 관계의 균형이 깨졌을 때 예술은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은 25일 본 행사의 시작에 앞서 사전 행사로 ‘지금, 기후위기’라는 주제의 세션을 만들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국내 예술가와 지역 단체의 문화예술교육 활동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박 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절실한 문제가 됐다”며 “자연 훼손이 결국엔 인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순환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실 예술계에서는 일찌감치 예술과 생태, 대지 예술 같은 사조를 통해 환경에 대한 담론을 던져왔다. 그러나 이들 활동이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문화예술교육이다. 박 위원장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사례와 담론을 공유하고,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성찰하자는 의미에서 기후 관련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4일 진행된 사전 세션에서는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해 예술작품으로 만든 ‘광명 업사이클 아트센터’와 ‘내 안의 신자유주의’, ‘기후 위기를 초래한 인간의 작동방식’ 등의 주제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선보이는 ‘콜렉티브 뒹굴’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들 모두 ‘예술은 사람이나 생태계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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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사장이 정의하는 예술은 “인간과 사회의 모든 관계에 대한 개념적 성찰이요, 질문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예술은 배부른 소수만 누리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하다. 이런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바로 코로나 19다. ‘이 시국에 무슨…’ 적지 않은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따라붙는 날 선 비판과 편견을 마주해야 했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그 시국’에 예술이 증명한 치유와 자기 회복력을 강조했다. 코로나 19 확산기에 일반인들이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합주를 펼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서로를 연결해 명화를 패러디하는 등 예술을 통한 관계와 삶, 자아의 치유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 창작 개념으로서의 엘리트 예술도 있지만, 사회적 관계와 체험을 통해 예술에 다가서는 소셜 아트도 존재한다”며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서의 예술을 위해서라도 관련 교육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박 위원장은 “모든 예술의 행동과 실천은 각 개인의 내적 변화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예술이 처음부터 사회적 변화를 그 목표로 하지 않고, 그렇기에 문화예술교육이 더 활발하게,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암환자에게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때를 예로 들며 “이때의 목표는 암 치료가 아니고 환자에게 내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자신을 이해하고 때로는 용서하면서 자아 존중감을 갖게 하는 데 있다”며 “그래야 타인을 보게 되고, 사회적 관계에 자신을 결합하는 가치가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다문화사회의 예술교육, 팬데믹 상황에서의 예술 치유와 교육 등에 대한 13개국 문화예술교육 학계 인사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진다. 모든 일정은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홈페이지와 교육진흥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30일까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송주희 기자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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