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코인 열풍의 교훈, 정부는 잊었나





“깜깜이 투자, 묻지마 투자, 다단계 형태 사기가 난립해 피해자만 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입법 공백 상태를 방치하는 대신 투자자 보호와 금융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금융위원회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18년 진대제 당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이 국회에서 정부에 암호화폐와 거래소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제안하면서 한 발언이다. 진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놀랍게도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2017년 코인 열풍이 처음 불고 제도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때나 지금이나 암호화폐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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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회장을 비롯해 업계가 제안한 가이드라인은 자기자본금 20억 원 이상에 토큰상장위원회 운영 등 거래소 등록 자격요건을 도입하고 시세조정·가격조작행위 금지, 자금세탁방지, 해킹방지노력, 관련 정보 사전공지 등의 의무사항을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현재 암호화폐 관련 규정으로 현재 운영 중인 것은 자금세탁방지, 해킹방지 노력 등에 그친다. 정부가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닌 만큼 제도권으로 편입해 규제대상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50~ 60대까지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이해 없이 코인 프로젝트, 백서를 살펴보지 않은 채 사기 가능성이 높은 코인에 노후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의 돈을 노린 업체들도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에는 20만~50만 원 가량을 주면 코인을 개발해 백서까지 제작해주겠다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중에는 프로젝트 개발 팀원, 어드바이저까지 주선해주겠다는 곳도 있다.

진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기업은 시속 100㎞ 달려가는데 제도나 법은 시속 10㎞도 안 된다고 비판했었다. 발언을 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도 블록체인 기술을 선하게 또는 악하게 이용하는 기업은 제도·법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도·법의 운전키를 잡은 당국이 최소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시속을 높여야 할 때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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