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의 손실 추정액을 하루 약 180억 원으로 추산한 가운데 업계·법조계·학계에서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소급 적용과 관련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5월 국회에서 손실보상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손실보상법 입법 청문회를 열고 정부 측과 업계·법조계·학계의 의견을 들었다. 청문회에는 증인으로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이 참석했다. 참고인으로는 곽아름 숨스터디카페 대표,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등 8명이 자리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손실 추정액이 3조 원을 넘는 만큼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기부가 이날 산자위원들에게 제출한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소상공인 손실 추정 및 기(旣)지원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집합 금지와 영업 제한이 시행된 183일간 소상공인의 손실 추정 총액을 약 3조 3,000억 원으로 잠정 추산했다. 하루에 180억 원가량의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조 실장은 “중기부는 5조 3,000억 원을, 지방자치단체도 7,800억 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미 손실 추정액보다 많은 정부 지원금이 지급됐다는 주장이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최 실장은 “정산을 하면 (손실액보다 많은 지원금을) 환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면서 “소급 적용이 된다면 분명히 중복 지원의 문제와 함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청문회 참고인들은 정부의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곽 대표는 “손실보상과 소급 적용의 당위성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도 “소급 적용을 제한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입법을 추진하게 된다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2월께부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 역시 “손실보상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 지급 후 정산으로 추진하면 소상공인들이 우리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일부 여당 의원들도 손실보상의 소급 적용에 동의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정의당 등 7개 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적 지원책으로 △손실보상 소급 적용 △초저금리 대출을 통한 재기 자금 지원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정부의 손실보상금과 재난지원금 중복 지급 우려를 반박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손실보상은 재난지원금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기존 지원금은 그대로 주고 손실보상금을 장려하는 절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