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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브 투 헤븐' 이제훈 "가슴아픈 현실로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제훈 / 사진=넷플릭스이제훈 / 사진=넷플릭스




택시기사였을 때는 짜릿한 복수극에 쓰던 두 주먹을 공손히 모아 고인의 유품을 유족에게 전한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메시지도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의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이제훈은 ‘내가 왜 이러지?’ 싶을 만큼 펑펑 울었단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정리사 한그루(탕준상)과 삼촌 조상구(이제훈)가 떠난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를 찾아내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의 진심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닿았다. 작품을 너무 감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마음 한편엔 ‘절대 놓치면 안되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 숨은 진심 혹은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고, 이를 제 목적지에 전달하는 이야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통해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느끼고, 어떻게 기억되는지 보여준다는 점이 무척이나 특별해 보였다.

“‘무브 투 헤븐’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어 소중해요. 고독사, 데이트 폭력, 해외 입양 등의 사연은 신문 사회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야기인데 드라마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시청자도 저와 마찬가지로 이런 이야기들을 가슴 아픈 현실로 바라봐주셔서 감사했어요. 교훈을 담은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에 담긴 마음이 잘 전달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훈 / 사진=넷플릭스이제훈 / 사진=넷플릭스


조상구는 죽은 형의 유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3개월간 조카 한그루의 임시 후견인을 맡는다.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대놓고 드러내며 ‘산 사람이 중요하지 죽은 사람이 뭐가 중요하냐’던 그는 고인의 메시지를 하나씩 전할수록, 그리고 자신이 그 유족의 입장에 처하며 계단을 오르듯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간다.

“상구는 이전 작품들에서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에요. 늘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안하무인에 비호감이잖아요. 그러나 이런 모습도 사람들이 가진 이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상구가 그루와 함께 지내면서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변하기 전 모습을 표현할 때 더욱 용기내서 못된 말도 서슴없이 하게 됐어요.”

“상구의 외적 모습을 만들 때 과거에 남겨진 인물처럼 올드한 이미지로 다가가길 원했어요. 지저분한 수염과 거친 피부를 만들었고, 프린팅이 된 별난 의상들도 직접 골랐어요. 또 격투기 선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일주일에 6일, 하루에 두 시간이상은 기본으로 했고요. 그루와는 상반된 상구의 모습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같이 유품정리를 하면?’이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길 바랐어요.”



때묻지 않은 정직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그루에게 조상구는 계속해 ‘세상을 몰라. 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데’ 등의 부정적인 말을 계속 던진다. 과거 형에게 받은 상처, 험난했던 자신의 성장과정, 그리고 극단적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건에 대한 후회까지. 세상과 벽을 쳤던 그에게 손을 내미는건 역시 가족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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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가 있었기에 상구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루처럼 순수한 시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의심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보다 따뜻하게 포용해주는 마음이 필요한데, 그루로 인해 성장하는 상구의 모습이 그런 마음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탕준상, 이제훈 / 사진=넷플릭스탕준상, 이제훈 / 사진=넷플릭스


한그루를 연기한 탕준상과 홍승희는 숨은 보석을 발굴한 듯 하다. 그 역시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흡을 맞추기 전에는 ‘잘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함께하는 동안 오히려 조상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인 시절에는 선배들 틈에서 보호받으며 열심히 연기하면 충분했는데, 경력이 쌓이면서 제가 사람들을 리드하는 존재가 됐어요. 제가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늘 긍정적인 메시지와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탕준상, 홍승희 배우에게 저는 선배지만, 그냥 편한 사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사람 다 편하게 대해줬기 때문에 작품에서도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과거 캐릭터와 연기에 주안점을 두던 시선은 이제 작품 위주로 변했다. SBS ‘모범택시’ 역시 억울한 일을 당하고 법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없는 사건에 절망하는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시 봤을 때 ‘가치 있는 작품을 찍었구나. 이걸 왜 이제야 봤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반드시 의미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사명까지 있는건 아니지만. 스스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 뭐든 하고 싶어요. 너무 후지지만 않다면요.(웃음)”

“(최근 출연한) 두 작품 모두 사회적 이슈가 주제인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드라마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가깝게는 가족이나 친구, 넓게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잖아요. 배우로서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삶을 사는지, 나는 어떤 것에 공감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각이 작품을 선택할 때도 분명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무브 투 헤븐’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로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작품이 끝나고 옆에 있던 가족과 친구를 안아줬다’는 등의 따스한 이야기가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에게 큰 보람을 주고 있다. 그 역시 모두가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게 되는 만큼 해외에서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그 극찬은 시즌2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10부작 안에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해 나 자신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시즌1에서의 상구는 철이 없었지만, 다음 시즌에 나타난다면 더욱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김민주 itzme@sedaily.com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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