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다시 힘을 잃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투자 자문 등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일임형 자산 관리 서비스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 건수는 201만 3,466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만 건을 넘어섰다. 가입 고객도 꾸준히 늘어 182만 명에 이르렀고 랩어카운트 가입 금액도138조 원에 달한다. 둘 다 월말 기준 사상 최고치다.
증권가에서는 랩어카운트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승장에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최근 증시에서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느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세 상승장이 펼쳐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며 “갈팡질팡하는 장에 투자 결정이 어려운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또 다른 상품인 펀드와 달리 직접 투자의 성격을 일부 띠는 점도 요즘과 같은 ‘직접 투자 시대’에 랩어카운트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거래 내역을 가입자가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일임한 운용역에게 운용 지시와 의견 조회, 상담 등도 가능해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투자 가능한 자산도 주식은 물론 펀드와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부동산 관련 상품까지 다양하다. 채권이나 부동산 등 시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을 편입한다면 박스권 장이나 증시 변동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한 사모펀드 시장 신뢰 저하와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 강화 등도 랩어카운트 시장에는 수혜로 이어지고 있다. 랩어카운트의 최소 투자 금액은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3억 원인 사모펀드보다 낮다. 계약당 가입 금액은 약 6,900만 원, 고객당 가입 금액은 7,800만 원 수준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해외 주식이나 2차전지, 인프라, 1인 가구 등 인기 테마를 주제로 한 랩어카운트를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슈퍼테마 ETF 랩어카운트'를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시대적 흐름인 1인 가구와 온라인·시니어 산업에 투자하는 ‘콜라보밸류랩’과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슈퍼그로쓰랩’의 가입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세계 각국의 뉴딜 정책 도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글로벌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뉴딜글로벌테크랩 V4’를, 현대차증권은 나스닥100 내 기술 가치주에 투자하는 '나스닥100 숨은 보석 발굴 랩'과 S&P500 종목 내 초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톱 티어 혁신성장 랩' 등을 새로 출시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