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에서 한 여성이 거리에서 수유하다 다른 여성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분노한 프랑스 여성들은 앞다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유를 수유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폭행당한 여성을 지지한다는 해시태그를 달아 연대의 뜻을 밝혔다.
26일(현지시간) BFM과 RFI 라디오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8일 마일리스라는 여성이 우체국 소포를 찾기 위해 인도에 줄을 서 있던 중 생후 6개월 된 아들에게 모유를 수유했다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마일리스는 본인의 SNS에 올린 영상에서 “아들이 배가 고파 보채길래 젖을 물렸는데, 앞쪽에 서 있던 한 여성이 그 장면이 못마땅했는지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마일리스는 화를 낸 여성이 “부끄러운 줄 알아라. 차들이 지나가다 멈춰 당신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당신을 본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이어 이 여성은 마일리스의 얼굴을 때렸고, 당시 곁에 있던 한 할머니도 이 여성에게 “잘했다”고 하며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마일리스는 아들을 안고 있는 사이 갑자기 얼굴을 맞는 바람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변에 함께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와주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도 밝혔다.
마일리스는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출동한 경찰관도 “수유를 하면서 가슴을 어느 정도 노출시켰느냐”고 물은 뒤 “(길에서 수유한) 당신에게도 잘못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가슴은 조금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집에서 나올 때 혹시나 수유하게 될까 봐 아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자켓을 입고 나왔기 때문에 가슴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일리스는 “이런 일을 당해 충격으로 모유가 나오지 않는 상태”라며 “아들에게 모유를 먹일 수 없어 슬프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이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마일리스를 지지한다’는 해시태그(#soutienamaylis)와 함께 마트나 해변 등 공공장소에서 수유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는 프랑스 여성들이 늘고 있다. 마일리스의 영상을 본 한 여성은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여성을 폭행한 것은 아기를 폭행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분노했다. 또 다른 여성도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과시하기 위해 모유수유하는 엄마는 없다. 배고픈 아기는 장소가 어디인지 모른다”며 사회의 인식을 비판했다.
한편, 프랑스는 선진국 가운데 모유수유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공공장소에서 수유를 하면 안된다는 법률이나 규정은 없지만 이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