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현질' 안막고…아이템 확률만 공개한 게임사

[게임산업협회 자율규제안 발표]

유저 반발에 뒤늦게 대상 늘렸지만

리니지 판박이 트릭스터M 흥행

"사행성 조장 과금모델 여전" 비판





‘확률 조작 논란’으로 비판 받아온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을 내놨다. 하지만 ‘뒷북 조치’로 떠나간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확률 조작 논란과 사행성 조장의 근본 원인인 페이 투 윈(Pay to Win·과금이 승리와 직결되는) 구조를 버리지 않고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확률 공개 대상을 기존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서 캡슐형·강화형·합성형 유료 ‘콘텐츠’로 확대했다. 아이템 외 과금 대상의 확률도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또 무료 재화와 유료 재화를 결합한 경우도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협회가 확률 공개 대상을 확대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당초 협회는 지난 4월 중으로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한 달을 넘긴 이날 발표를 했다. 그 사이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NC) 등 게임업계 대형 3사(3N)는 아이템 확률 전면 공개 입장을 밝혔다. 실제 이날 엔씨는 협회가 제시한 시행일에 앞서 올 3분기 내로 개정안을 적용하겠다 밝히기도 했다. 기존 게임사의 입장을 협회가 재확인 한 ‘뒷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율규제가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미 이용자들은 옛 자율규제하에서 확률이 조작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며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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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게임사가 아이템 확률을 전면 공개하더라도, 이용자들의 반발을 산 근본적 원인인 과도한 과금 유도를 개선하지 않고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제 금액 만큼 강해지고, 과금 경쟁이 게임 내 승리를 보장하는 구조를 버리지 않고는 ‘사행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자율규제 개정안에 ‘컴플리트 가챠(빙고형 뽑기)’ 금지는 포함되지 않은 점도 비판거리다. 컴플리트 가챠는 마지막 한 조각을 완성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보상을 얻을 수 없어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탓에 일본에서는 금지돼 있다.

위 학회장은 “확률 조작 논란은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폭발하는 단초가 됐을 뿐, 이용자들이 진정 분노하는 지점은 게임이 게임이 아닌 도박장처럼 변질된 현실”이라며 “월 수백~수천 만 원을 쓰지 않으면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에 이용자들이 돌아서고 있다”고 했다.

엔씨가 지난 20일 출시한 ‘트릭스터M’도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과도하게 낮은 뽑기 확률로 비판 받고 있다. 엔씨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가장 좋은 ‘전설’ 아이템 일부는 획득률이 0.000013%로 로또 1등 당첨 확률인 0.000012%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용자들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3년 출시한 원작 트릭스터는 귀여운 캐릭터로 여성·청소년층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지만, 트릭스터M은 그래픽만 다를 뿐 리니지 시리즈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금 종류와 시스템, 인터페이스까지 리니지M·2M의 ‘판박이’ 수준으로 그래픽만 바뀐 셈”이라며 “엔씨는 트릭스터M을 ‘귀여운 리니지’라고 소개해왔는데, ‘귀여운’이 아닌 ‘리니지’에 방점이 찍혀 있어 기존 트릭스터 팬들의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비판에도 트릭스터M은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트릭스터M은 출시 5일만에 리니지M·리니지2M에 이어 구글플레이 매출 3위를 기록했고, 이날은 리니지2M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3위를 엔씨 게임 3종이 차지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성에서 비판을 받아도 매출은 최상위권을 달리니 게임사들이 현재의 과금 모델을 포기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새로운 방식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필요하지만, 대형 게임사들이 기존 성공모델을 답습하고만 있어 고착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정다은 기자·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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