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대형 인터넷 기업 텐센트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텐센트 금융 사업 부문을 은행급으로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2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텐센트에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금융 사업 부문을 지주회사로 편입하라고 지시했다. 어떤 금융 사업이 지주회사에 편입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텐센트에 먼저 자체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위챗페이와 인터넷은행 위뱅크 등을 기반으로 온라인 대출과 보험 판매 같은 다양한 금융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핀테크 사업과 기업서비스 사업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해 텐센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이런 사업이 은행급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텐센트 핀테크 사업의 성장성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규제 압박을 받아온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도 결국 지난 4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사업 구조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특히 핀테크 사업을 향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거세지는 것은 디지털 위안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국 모바일 전자 결제 시장의 90% 이상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 위안화 출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양 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핀테크 사업 규제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