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일 취임했다.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는 총리·장관들의 부적격 인사 논란 속에도 문 장관은 여야 합의로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이례적일 만큼 빨리 국회 문턱을 넘었다. 깐깐해진 청문회를 조기 통과한 것이 보여주듯 그는 도덕성과 능력에서 별로 흠잡을 구석이 없다. 산업·에너지·투자 업무 등을 두루 경험한 문 장관의 전문성에 인품도 온화해 산업부 선후배들의 신망도 두텁다. 청와대와 방위사업청 파견에 경남도 부지사, 총리실 사무차장까지 거쳐 외부 평판 역시 높고 네트워크 역시 탄탄하다.
부처 내외부의 기대 속에 문 장관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3년 만에 돌아온 고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란 산업·자원·통상 등 각기 다른 업무들을 촘촘히 수행하는 한편 경제 단체 수장들은 물론 노동계 인사와 취업 준비생들도 만나 고충을 듣고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주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해 한미 백신 및 원전 협력을 도모하고 삼성·현대차·SK·LG의 대규모 미국 투자를 뒷받침해 한미 기업 동맹의 초석을 마련했다. 운도 좋은지 산업부의 4대 관장 업무 중 하나로 꼽히는 수출은 최근 폭발적 증가세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그는 전임 성윤모 장관의 ‘시즌2’에 불과할 수 있다. 모범생형 관료로 참여정부 시절 맺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그를 정권 말 장관 자리에 앉혔다는 인사 낙점설은 정설로 굳어질 것이다. 성급한 탈원전에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를 받고, 한일 무역 갈등에 대응하며 코로나19 사태까지 돌파하느라 성 전 장관이 2년 8개월을 고군분투했지만 일부에서 “산업부 장관이 안보인다”고 일갈한 것을 문 장관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진정한 존재감을 필요로 하는 현안들이 쌓여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데 기업인과 일반 국민은 물론 미국마저 요청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놓고 산업부 장관이라면 마땅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반세기 가까이 일궈온 한국의 원전 경쟁력이 물거품으로 사라지지 않고 해외 원전 수출을 견인하면서 탄소 중립 시대의 발판이 되려면 문 장관의 눈물과 피를 요구할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한일 관계에서 무역부터라도 정상화하는 일 역시 외교부나 청와대등과의 조율부터 생각한다면 쉽지 않겠지만 재계 창구이자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문승욱이 누구인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어떤 인물인지 국민들이 더 잘 알 수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국회에 막혀 있는 에너지 차관 신설 등 산업부 조직 확대 법안에도 활로가 열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