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현행 공시가 9억 원 이상에서 ‘상위 2% 주택’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28일 “부동산의 종류를 가리지 말고 공시지가로 다 합한 다음에 최고 많이 가진 사람들부터 상위 2%를 추려 그 부분만 과세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했다.
현재 종부세 대상 주택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3.8%(52만 4,620가구)다. 지난해 기준 상위 2%는 공시가 11억 5,000만 원 이상으로 적용 주택(아파트) 수는 26만 채가량으로 추정된다. 상위 2%기준을 적용할 경우 절반가량의 가구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특위는 추가 논의를 거쳐 다음 달에 결론을 낼 방침이지만 당내 강경파는 종부세 감면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현행대로, 정부안대로 가는 것”이라며 벌써 한발 빼는 모양새다.
하지만 상위 2%안을 추진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종부세 부과 기준 금액이 매년 들쭉날쭉하게 되니 과세 체계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종부세법 자체를 큰 폭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데다 상위 2%를 가려내는 행정 작업도 매년 반복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종부세 부과를 놓고 상위 2%와 나머지 98%로 나누는 전형적인 계층 갈라치기 접근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초 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 증세’로 시작된 종부세는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중산층 증세’로 변질됐다.
세금 부담 완화가 목적이라면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 이상으로 과세 기준을 바꾸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해도 적용 주택 수가 26만 가구로 정책적 효과는 ‘2%안’과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굳이 상위 2%를 타깃으로 설정하는 것은 여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거 전술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와 여당은 주거 안정과 투기 방지라는 목적에 맞게 부동산 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집값 폭등과 전세 대란으로 국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준 부동산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편 가르기에만 급급하면 국정 농단으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