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온 뒤 격리된 병사들에게 '부실한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는 항의 뿐 아니라 메뉴에 적혀있는 음식이 제공되지 않는 등 부식 수령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전반적인 군부대 식사 문제가 논란이 중심에 선 가운데 부산·울산 지역 방어를 맡고 있는 육군 53사단 예하 부대에서도 부실 급식 제보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28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부실 배식 사건이 터진 후 저희의 배식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달라지는 것 없이 부실 배식이 지속됐다"는 글과 함께 부실해 보이는 반찬통을 찍은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53사단 예하 126여단 2대대에서 복무하는 장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27일 저녁 경계근무인원을 제외한 21명과 간부 한 명이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21명 중 6명이 경계작전 투입 등의 사유로 먼저 먹고 남은 인원 16명이 반찬을 분배하여야 하는데 남은 반찬의 양이 2~3인분 밖에 안돼서 통제 간부에게 보고를했다"며 "(해당 상황을) 간부도 확인하고 양을 더 달라고 식당에 가니 돌아온 답은 남은 양으로 알아서 나눠 먹으라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반찬이 없어 간부는 부식으로 나온 바나나 한 개만 먹었고, 나머지 인원들도 라면에 밥을 말아먹었다"며 "오늘만 그러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지만 작년 8월 9월부터 상근 용사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배식량을 늘려달라고 마음의 편지로 꾸준히 건의했지만 부실 배식 사건이 터진 지금까지도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 때문에 화가 나서 전입 오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받은 처우에 대해 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이어 "배식량을 늘려주는 것은 마음의 편지에 건의가 들어가면 잠시 몇 번뿐이고 다른 날들은 첫 부실 배식을 폭로한 51사단 도시락에 담긴 양 정도만 먹었다"며 "그리고선 PX에서 사 온 라면이나 냉동식품으로 배를 채웠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작성자는 "올해 1~3월에는 코로나로 인해 저희의 PX 이용이 제한됐다. 그로 인해 PX로 배를 채우던 인원들이 밥을 먹으면서 양은 더욱 부족해지게 돼 당시 저희를 통제한 탄약 반장에게 말을 하자 답변은 정량으로 제공하고 있고 너희가 잔반을 많이 남긴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53사단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장병 선호 메뉴의 배식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병 급식 전 과정에서 식수 인원에 맞게 급식되었는지, 아니면 현장에서의 관리감독에 소홀함이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향후 현장 확인 및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 보완하는 등 추가적인 장병 급식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심 갖고 정성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휴가를 다녀온 뒤 '격리 조치'된 병사가 먹고 있는 식사라면서 식판 사진과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을 보면 반찬의 양과 질이 부실해 보이는 쌀밥, 김치, 오이무침, 닭볶음 등이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에 담겨 있다.
OO사단 소속 예하 여단이라고 자신의 소속을 밝힌 작성자는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휴대폰 반납하고 TV도 없고 밥은 이런 식인데 깜빵이랑 뭐가 다른가. 휴가 다녀온 게 죄냐"고 했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이걸 계속 해야 하는 후임병들 생각하면 정말 안쓰럽다"고도 적었다.
이같은 군부대의 '부실 식사'를 지적하는 사진 인증과 글에는 '무슨 감옥 생활 체험이냐', '세금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건가', '누가 봐도 부실한 게 맞다', '국방비가 다 어디로 가나?', '애들 밥 갖고 장난치지 말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난달 21일에는 메뉴에 적힌 음식이 나오지 않는 등 부식 수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폭로하는 음식 사진과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OO사단 모 부대 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저희 부대는 총원 143명에 열외자를 빼고 식사 인원이 대략 120~140명 정도 된다"면서 "그런데 부식 수령조차 제대로 받지 못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글쓴이는 그러면서 "새우볶음밥이 메뉴였는데 수령 받은 양이 0개여서 아예 보이지 않은 날도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식사 인원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 빵을 60개만 줘서 취사병들이 하나하나 다 뜯어서 반으로 갈라 120개를 만들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글쓴이는 "빵 수량이 모자라서 계란물에 담궈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주지를 않나, 돈가스가 80개 들어와서 난도질해서 조금씩 나눠 주지를 않나, 불고기가 메뉴인데 고기가 없어서 당면만 나오질 않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기에 덧붙여 글쓴이는 "한번은 탄약고 경계근무 끝나고 왔더니 반찬 다 떨어졌다고 런천미트 한 조각을 받았다"면서 "21세기 사회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라며 "다른 부대는 식사가 정상적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전반적인 군부대 식사 문제가 논란이 중심에 서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인사말을 통해 "최근 일부 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과정 중에 발생한 격리 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제공, 입영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 등,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 장관은 "국방부와 각 군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방역관리대책본부의 임무수행체계를 보완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최단기간 내에 부모님의 마음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격리 장병의 생활 여건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