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달 간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폭락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8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 372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극에 달했던 작년 3월(12조 5,174억 원) 이후 최대다. 외국인은 지난 28일까지 18거래일 중 15일을 순매도했고, 순매수일은 3일에 그쳤다. 특히 이달 11일부터 사흘간 6조 1,738억 원을 팔았다.
지난해 11월 당시 5조 원 가까이(4조 9,612억원) 순매수하며 사상 첫 2,600선 돌파를 이끌었던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매도로 전환했다. 3,000대를 넘어선 올해 1월 외국인은 5조 원 이상(순매도액, 5조 2,154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후 2월(2조 82억 원)과 3월(1조 2,160억 원)을 지나면서 매도 규모가 축소됐고, 4월에는 3,856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5개월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에 지난달 말 외국인의 매도가 일단락되고 국내 증시에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이달 14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매도세를 기록하며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장은 책임 있게 얘기하는 사람의 발언이 나오면 안정을 찾는데 5월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없다 보니 '깜깜이 장세'였다"며 "이에 인플레 우려 등으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요동을 치는 등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신흥국에서 주식을 팔았다"고 분석했다.
이달 외국인들의 매도는 국내 대표 종목인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반도체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우(005935)를 각각 4조 3,639억, 5,751억 원, 4,708억 원 순매도했다. 이들 3개 종목에 대한 순매도 규모는 전체 순매도의 59.8%에 해당한다.
외국인이 코로나19 '패닉'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관심이 모인다. 정 팀장은 "6월에는 반도체 병목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FOMC도 열리는 등 시장을 흔들었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시장 색깔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현재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0년 평균(35%)으로 돌아간 만큼 하반기 중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