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동십지각]바이든, 전기차 그리고 한국


맹준호 국제부 차장








지난 18일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자동차 공장.

검은 선글라스를 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곳에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직접 테스트드라이브했다. 이 차는 다음 날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이때는 위장막에 덮여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승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빠르다. 금방 가속이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까지 찾아가서, 바로 다음 날 공개될 차를 언론 앞에서 직접 시승한 것은 미국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을까.



그의 메시지는 현장에서 한 연설에 들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되돌아가는 건 없다”고 단언했다. 시대의 대세가 완전히 변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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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얘기도 했다. 그는 “전기차 레이스에서 중국이 1위고 미국이 8위지만 그들은 결국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핵심 요소는 배터리”라고 말했다. 국가 산업정책 차원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의 구도에서도 전기차와 배터리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인프라 투자 계획 2조 2,500억 달러 중 전기차 분야에 1,740억 달러를 배정해 둔 상태다.

이 시승 행사 하루 뒤 공개된 F-150 라이트닝은 일주일 만에 7만 대 넘는 사전 예약을 받았다. 이 차는 내년부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장착해 생산될 예정이다. 기존 F-150 내연기관 차는 미국에서 연간 70만대 이상 팔리는 인기 차종이다. 이 차의 전기차 버전이 성공한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의 축이 전기차로 이동하는 시기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완전히 바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나 전기차·배터리 등을 ‘국가 인프라’로 분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정을 투입해 인프라가 되는 산업을 먼저 육성하고 전후방 관련 사업을 모두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과거 대통령들이 쇠락한 공업 분야 노동자들을 달래거나 분노를 일으켜 표를 얻으려고 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 미국 내의 산업 인프라를 미래형으로 개혁해놓으면 자신의 임기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미국이 다시 공업 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바이든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방향을 정한 이상 변화의 물결은 세계로 퍼진다. 그리고 산업국가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임이 이번에 확인됐다. 건국 이래 이런 일은 없었다.

그러나 반도체·배터리와는 달리 전기차는 걱정이 된다. 1분기 한국 전기차 판매는 6,263대(전체의 1.6%)에 불과하고 그나마 절반은 테슬라였다. 중국에서는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8배인 40만 대(7.7%)가 팔렸다.

아무리 배터리 산업이 강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이 발전해야 세계의 거대한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 바이든의 전기차 시승 행사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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