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지난 4월에 6만 4,802달러로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만 달러 전후에 머물렀던 걸 생각하면 6배 이상이나 올랐다. 그러나 지난 5월 19일에는 3만 202달러로 53%나 폭락했다. 최근 진입한 투자자들은 약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50% 이상의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알게 되었던 것은 2017년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초 1,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비트코인이 하반기에 2만 달러까지 폭등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정부 규제가 구체화되면서 1년 만에 약 85% 이상 하락했다.
자산 시장은 언제나 이례적인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다.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주식·채권·원자재·부동산 등 많은 자산들의 속성이다. 그러나 다른 자산에 비해 암호화폐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더욱 크고 단기간에 이뤄졌다. 지난 12년간 고점 대비 하락률이 80% 이상을 기록한 기간이 네 차례 정도 있었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동성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론 머스크의 코멘트도 아니고,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도 아니다. 지나치게 에너지가 넘치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본질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1분기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 5,000여 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이용자(511만 4,000여 명)의 48.8%에 이른다. 불과 석 달 만에 이용자가 거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신규 가입자의 63%가 모바일로 무장된 2030세대라고 하니 더욱 역동적인 거래가 유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 대금도 폭발적으로 늘어 유가증권과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을 웃돌기도 했다.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훨씬 먼 미래의 전망을 가지고 결정해야 할 투자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의 초단기 전망으로 24시간 매매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내가 말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게, 더 큰 대박을 터뜨리고 싶어 한다. 투자에 매일 참여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가면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거래량과 거래 대금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단기간 급등의 결과는 투자자들을 맹목적으로 만든다.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불리한 사건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단기적인 매매의 불확실성도 감수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거침없는 참여와 시간·분 단위의 단기 매매는 그동안 안정적이기만 했던 시장을 스스로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초단기 매매의 성공은 실력보다 행운에 더 많이 좌우된다. 매매의 시간 단위가 짧아지면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단지 ‘변동성’뿐이다. 이는 순간적인 가격의 편차일 뿐이지만 무작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편차를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는 사람에게 변동성은 곧 절대적 가치가 된다. 그 변동성이 수익을 가져다줄 때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손실을 안길 때는 심각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 대부분의 투자 실패가 똑같은 길을 걸었다. 진정한 용기와 무지는 우리가 구분해야 할 가장 중요한 투자 덕목 중 하나다. 특정 자산의 미래에 자신이 있다면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시장도 살리고 참여자도 살리는 방법이 아닐까.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