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출 확대→경기회복→세수 증대 노리지만..."가정·결론 모두 엉터리"

■'선순환 경제론'의 오류

"지원금 늘리면 경제 활성화" 불구

지난해 서비스업 오히려 역성장

양도세 중과로 주택 거래 축소 등

올 하반기 세입 증가도 장담 못해

재원 마련 위해 국채발행 증가땐

금리·물가 올라 부작용 커질수도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 김영진 기재위 간사가 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 김영진 기재위 간사가 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지출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일종의 ‘선순환’ 경제 이론을 제시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코로나19 위기→재정 지출 확대→경기회복→세수 증대→정부 지출 추가 확대→경기회복 속도’의 고리가 이미 만들어진 만큼 적극적으로 재정 확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온 직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우리 경제에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물밑에서 논의되던 추경 편성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당정은 오는 9월 추석 명절을 목표로 전 국민에 재난 위로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백신 휴가 지원금까지 더한 지원금 ‘3종 세트’ 총액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경제 인식이 사실상 ‘엉터리’에 가깝다는 점이다. 선순환 고리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당장 하반기에 지금처럼 세수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1분기 성적표만 보면 국세 수입이 88조 5,00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19조 원이나 늘면서 세입 여건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이 일어나 1분기 소득세와 법인세가 각각 4조 8,000억 원, 6조 4,000억 원씩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당장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대한 최대 50%의 세액공제가 시작된다. 이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 비용을 내년 납부 법인세에 반영해 깎아줘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기업들의 세금 인하 규모가 적어도 2조~3조 원 이상이 되도록 올해 세법개정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의 주요 축인 소득세 역시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양도세 ‘중중과(重重課)’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31일 “부가세는 보통 성장 모형에 따라 예측 범위 내에서 움직이지만 법인세와 소득세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부터 틀린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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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좋아져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 또한 경제학적으로 ‘환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만 재난지원금으로 70조 원이 넘는 돈을 뿌렸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2019년과 비교해 도리어 역(逆)성장하고 있다”며 “정부 지출에 따른 승수효과는 매우 낮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기준 숙박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78.5로 2019년 4월(96.1)과 비교해 18.3%나 낮은 상태다.





또 한국은행이 내놓은 재정 지출에 따른 승수효과 분석을 봐도 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 지출의 3년 평균값은 0.33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원금으로 1조 원을 써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300억 원 상승하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은 만큼 국민 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당연히 세입 인상분도 지출보다 작아져 정부 적자가 점점 커지게 된다.

정부 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점도 ‘선순환 논리’의 중대한 오류로 꼽힌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퍼주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에 나서면 시중금리와 물가가 모두 올라 민간 소비와 투자를 모두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 올 4월 1.990%였던 국고 10년물 낙찰 금리는 5월 들어 2.125%로 0.1%포인트 넘게 상승해 시중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최근 예산 정책에서 출구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예외”라며 “경제가 살아나면 세수가 확대될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불확실성 기조 위에서 예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글로벌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대한민국의 국가 건전성이 역사적 시험대 위에 서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여당의 무제한 재정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정부가 위로금을 줄 만한 재정 여력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반대 메시지를 낸 셈이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그는 “추경 편성을 해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도 최고위원회 발언을 통해 “여름에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추가 재정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며 추경 편성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세종=서일범 기자·세종=우영탁 기자·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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