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 협력 사업 재개에 본격 시동을 걸었는데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어 경색된 남북 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현 회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판문점 선언을 중시한다고 언급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그동안 멈췄던 남북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이어 “금강산 관광 정상화는 지난 2018년 평양 공동선언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으로 정부는 이를 변함없이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인도적 측면에서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개별 방문부터 시작해 이후 원산과 마식령 등으로 협력 공간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1시간여 동안 이어진 현 회장과의 회동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북미 간 정세 변화를 논의하고 금강산 관광 사업자 의견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자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본 뒤 상반기 중 남북 교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북한은 남북 교류 재개에 대해 어떠한 긍정적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한미정상회담 관련 첫 반응을 보였는데 미사일 지침 해제와 관련해 “미국과 남측 당국이 공격 야심을 분명히 했으니 북한이 자기방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탓할 어떤 근거도 없게 됐다”며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다 앞서 3월에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 ‘후안무치’ 등 거친 표현을 쓰며 비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교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색된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또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마당에 관광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장관은 오는 4일 금강산 관광 사업자이자 남북 경협 핵심 기업가인 이중명 대한골프협회장 겸 아난티그룹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