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식품 회사 네슬레가 자사 제품의 상당수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건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좋은 음식, 좋은 삶’을 모토로 내건 식품 공룡의 배신에 소비자는 분노하고 있다.
5월 3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슬레 고위 경영진에게 보고된 내부 문건을 입수해 네슬레가 판매하는 식료품(애완동물 사료·영양제 제외)의 63%가 호주의 건강식품 분류 기준의 3.5등급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국제단체의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영양 성분 등을 고려해 식품을 1~5등급으로 나누는데 3.5등급 이상일 경우 건강한 제품으로 간주한다.
특히 커피를 제외한 네슬레 음료 제품의 96%와 제과 및 아이스크림의 99%가 3.5등급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네슬레가 이 제품들을 판매해 벌어들인 돈은 402억 스위스프랑(약 49조 4,56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7.6%에 달한다.
소비자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은 네슬레가 자사 제품을 ‘건강한 음식’이라고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공식 홈페이지에 경영 목표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특히 우유에 타 먹는 분말인 ‘네스퀵 딸기 맛’은 ‘아이들을 위한 완벽한 아침 식사’라고 홍보됐지만 영양 성분 평가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보도 후 일부 소비자는 트위터에 “불매운동을 하겠다” “배신감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네슬레는 보도 내용을 시인했다. 또 “새로운 영양·건강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전사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슬레는 올해 안으로 새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