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BNO 여권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1997년 7월 1일이 다가오자 홍콩 시민들의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영국 정부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반환 이전의 영국령 홍콩 출생자에게 영국 해외 국민(BNO·British National Overseas) 여권을 발급해주기로 했다. 1997년 말 BNO 여권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홍콩 인구 750만 명 중 72%가량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BNO 여권을 보유하면 캐나다·호주 등 영연방 국가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고 영국에서는 6개월간 체류·취업·학업 제한을 받지 않고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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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환 후 홍콩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범죄인 중국 인도법 등에 강력 반발하면서 홍콩 행정 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다. 경제·군사력이 강해진 중국은 팽창주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20년 7월 홍콩의 반정부 활동 처벌을 위한 보안법을 밀어붙인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에 영국 정부는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이 50년간 ‘일국양제’ 정신에 따라 홍콩의 민주주의·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반환 당시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급기야 영국 정부는 BNO 여권 소지자와 가족들에게 이민 특혜를 주기로 하고 올해 1월 31일부터 특별 비자 신청을 받았다. 영국에서 최장 5년까지 거주한 뒤 체류 1년 후부터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 주민들의 영국 이민 비자 신청이 올해 2~3월 3만 4,300건에 달했다. 이전 6개월 동안 신청한 건수의 다섯 배에 달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홍콩 주민들이 구매한 런던 부동산도 전년 동기 대비 144%나 늘었다. 중국의 민주주의·인권 침해 조치로 희망을 잃은 홍콩 주민들의 엑소더스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홍콩에 대한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는 중국 공산주의의 민낯을 똑바로 보면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중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중국에 대한 과도한 투자·교역 의존도를 줄여가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를 얕보지 못하도록 군사적 반격 능력을 갖추고 기술 초격차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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