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0건’ 아파트가 최근 들어 서울 전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누적된 후유증에다 서초 등 일부 지역의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임대차 3법의 마지막 단추인 전월세신고제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규모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실종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2,120가구)' 등 4,000여 가구의 재건축 이주가 예정된 서초구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757가구 규모의 반포동 ‘반포센트럴자이’에는 현재 등록된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또한 2,444가구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평형의 매물은 ‘0’이다. 현재 나와 있는 전체 매물도 5~6건에 불과하다. 다른 인근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이 예전보다 줄고 있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 2법의 후유증으로 전세 매물이 잠긴 데다 이주 수요 때문에 비싼 가격임에도 나오는 족족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북권에서도 전세 매물 실종 단지가 늘고 있다. 성북구 ‘돈암삼성’은 1,278가구 규모임에도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용산과 동작구 등의 인기 단지에서도 평형별로 전세 매물 ‘0’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동산 매물을 올리는 홈페이지 등에 중복 게재가 가능한 만큼 실제로는 매물이 더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반포동 G공인 대표는 “사이트에는 열 몇 건이 등록돼 있지만 중복 매물을 제외하면 실제로 거래 가능한 물건은 1~2건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임대사업자 폐지 및 전월세신고제가 맞물린 가운데 서초발 이주 대란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라며 “정부 규제로 늘어난 보유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278가구도 전세 실종…'3~4억 뛰고, 월세만 늘어나' 또 대란오나>
잠시 안정세를 찾는가 싶던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모습이다. 강남은 물론 강북 곳곳에서 전세 매물 ‘0건’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 누적 후유증에다 일부 지역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전세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부터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여기에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2~3배 뛴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감소한다. 지난해 경험했던 초유의 전세 대란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하반기 4,000여 가구의 대규모 이주가 계획돼 있는 서초구는 전세 물건을 찾는 게 쉽지 않다. 2,444가구 규모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세 물건은 5건가량에 그친다. 인근 D공인의 한 관계자는 “워낙 매물이 없는 데다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리고 있다”며 “재건축 이주로 인해 수요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 재건축 이주 수요는 인근의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작구과 용산구다.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주 직전부터 반포 일대에서 문의 전화가 몰렸다”며 “현재는 매물이 없어 돌아가는 사람들 또한 상당하다”고 전했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1차’의 경우 600여 가구 규모인데 소형은 매물이 없고 전체적으로 3건에 불과하다.
용산구 서빙고동의 ‘신동아’도 1,326가구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세 매물은 고작 3건이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반포 이주 수요 등으로 주요 단지에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하루에도 전세 매물을 찾는 연락이 몇 통씩 오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서초 이주 수요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강북권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성북구 ‘돈암삼성’은 1,278가구 규모임에도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월세 물건만 3건이 등록돼 있다. 또 958가구 규모의 도봉구 ‘태영창동데시앙’도 등록된 전세 물건이 ‘0건’이다. 월세 물건도 몇 건에 불과하다. 매물이 줄면서 서울 전역에서 전셋값 또한 급등세다.
앞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후 급격히 상승했다. 올 2월 이사 성수기가 마무리되면서 3월부터 상승률이 둔화됐으나 최근 들어 다시 꿈틀대는 모습이다. 여기에 추가되는 각종 규제 시행으로 서울 임대차 시장 불안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1일부터 임대차 3법의 마지막 단추였던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됐다. 여기에 여당이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강화 등으로 보유세 또한 급증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또한 악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 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 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 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수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도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들 예정인데 임대사업자 폐지까지 되면서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공·기업형 임대가 빈 공간을 메워주지 않으면 임대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 전가의 일환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진전되고 있다”며 “앞으로 전세 매물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