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호재가 있어도 하루 만에 주가가 100% 가까이 오르기는 어렵다. 그런데 특별한 모멘텀도 없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바로 미국 대형 영화관 체인 AMC 얘기다.
2일(현지 시간) AMC 주가는 전날 대비 95.22% 오른 62.55달러에 마감했다. 올 초와 비교하면 무려 3,000% 이상 급등했다. AMC의 시가총액도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속한 기업 절반의 시총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그럼 이날 AMC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같은 급등을 설명할 만한 메가톤급 호재는 없었다.
다만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확연히 줄면서 극장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점과 투자자에게 공짜로 팝콘을 주겠다는 회사 측의 발표 정도가 호재로 분류될 만했다. AMC는 이날 자사 웹사이트에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전용 포털을 만들어 ‘스페셜오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공짜 팝콘 등이 포함돼 있다. 굳이 말하면 실적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팝콘 무료 제공 소식에 AMC 주가가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주가 급등을 이해하려면 AMC 주주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AMC 개인주주의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올 초 주식 토론방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등에서 '밈 주식(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주식 종목)’ 열풍을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시장에서는 AMC가 올 초 밈 주식의 대장주 노릇을 하던 게임스톱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실제 이날은 게임스톱이 13% 상승한 것을 비롯해 블랙베리도 32% 오르는 등 다른 밈 주식 또한 좋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밈 주식 열풍이 다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밈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을 타깃으로 삼는데 전체 거래량 중 AMC의 공매도 비율은 20%나 된다. 미국 기업 평균 공매도 비율인 5%를 크게 상회한다. AMC는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공매도 세력은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 정보 분석 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AMC 주식의 공매도 세력은 지난주에만 12억 3,000만 달러(약 1조 3,70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애덤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가 ‘개인투자자 친화적’이라는 점도 주식 급등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공매도에 맞서는 데는 개인투자자들의 결속력이 중요하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애런 CEO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참석 기회를 주기 위해 연례 주주총회를 한 달 이상 늦추는 등 투자자들과의 관계 형성에 적극 나서는 스타일이다.
다만 기업 펀더멘털과 상관 없이 주가가 크게 올라 개미들이 언제든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스위스쿼트뱅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협력하는 한 파티는 계속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가격이 오를수록 이윤을 챙기고 떠나려는 유혹도 커진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