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90년대생 젊은 인구학자가 아이 더 안 낳을 수 있다고 한 이유

연금학회·인구학회 춘계학술대회서 발표

2054년부터 연금 납입자보다 수령자 많아져

현 2030세대 아니면 미래 세대 부담될 수도

일부 세대 희생 감내 구조에선 저출산 못 피해





“확실한 것은 대안을 세우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본인 생존과 부양 부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갈 세대를 더 오랜 기간 만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생 젊은 인구학자가 국민연금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두고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라면 미래 세대의 국민연금 부담이 점차 커질 것은 분명한데 이를 어느 세대가 떠안을지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을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인구정책연구센터 고우림 박사는 3일 열린 연금학회와 인구학회의 공동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해 인구학적 관점에서 미래 세대의 국민연금 부담을 분석한 뒤 이같이 밝혔다.

고 박사 추정 결과 1990년대생이 국민연금을 받게 될 무렵인 2054년부터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크로스오버가 나타난다. 아무리 늦춰 잡아봐도 2059년부터는 수령 인구가 납입 인구를 넘어선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장기재정전망에서 예상한 국민연금 고갈 시기(2056년)와도 맞물린다. 고갈된 국민연금을 정부가 보전하더라도 결국은 세금을 쓰는 만큼 미래 생산가능인구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연금학회와 한국인구학회, 서울대 인구정책센터가 3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공동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연금학회한국연금학회와 한국인구학회, 서울대 인구정책센터가 3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공동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연금학회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미래 세대 부담도 달라진다. 현재 예측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되면 부담은 당연히 더 커진다. 2017년 발표된 한 의학저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태어난 여성의 기대수명이 90세(남성은 85세)가 될 확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수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부담 요인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2019년(0.92명)보다도 0.08명이나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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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생의 기대수명이 90세가 되고 0명대 합계출산율이 7년 동안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연금 수령 인구와 납입 인구의 크로스오버 시기가 더 빨라질 뿐 아니라 부담도 커진다. 고 박사가 연구 결과를 주변 밀레니얼들에게 물어본 결과 국민연금이 고갈돼도 투자 수익률을 높이면 된다거나 유튜버로서 외화벌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던 장난 섞인 반응이 오래 살면 자식 세대에게 미안해질 것 같다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결국은 현재 상황이 누군가가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1980~1990년대 태어난 2030 청년세대이거나 혹은 그들의 자녀인 미래 세대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아직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모든 인구가 함께 부담할 수도 있다. 고 박사가 강조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청년 구직자가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 설치된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한 청년 구직자가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 설치된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 개혁이 늦어지는 사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미 젊은세대는 국민연금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10명 중 9명은 ‘노후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노후준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주요 노후준비 수단 중 하나인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저연령층일수록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청년세대의 무리한 ‘빚투(빚내서 투자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과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좌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니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록 출산율 0%대를 탈출하지 못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날 세대를 대변한 고 박사 발표는 참석자들로부터 호응을 끌어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은 세대 문제인데 청년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문제에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며 “특히 연금을 이야기할 땐 세대 감수성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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