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스타트업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A 직원은 어느 날 이 회사 B 사장에게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바로 대답을 못하자 B 사장은 자료를 주면서 “공부해, 시험 본다”고 말했다. A씨는 “다른 직원이 다 보고 있어 자존심이 상했다”며 “늘 직원을 마치 학생 다루듯이 대한다”고 말했다.
# C직원은 자신이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2개월 간 괴롭힘을 겪다가 해고 당했다고 했다. 점심도 못 먹고, 휴일까지 일한 결과다. 하지만 D 대표는 “(너는) 생산성이 낮아 야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직원은 “연봉이 40% 깎였고, 보직도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로 바뀌었다”며 “대표는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황당해했다.
올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로 온 제보 일부다. 제 2벤처붐이라고 할만큼 스타트업이 급속도로 늘면서, 직장인이 겪는 조직 내 갑질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직장갑질 119가 1~5월 접수한 직장인 제보 1014건을 분석한 결과 52.5%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유형(복수)을 보면 따돌림이나 차별, 보복이 54.7%로, 부당지시가 52.3%로, 폭행 및 폭언이 51.1%로 조사됐다. 제보자 200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하지만 39%는 ‘피해자 보호 등 조치가 없었다’고, 31%는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스타트업이 소수 정예로 창업해, 기존 기업과 달리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내 분위기로 운영된다는 선입관을 깨는 결과다. 우려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관리 시스템을 갖춰도 이 같은 불합리한 직장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근로기준법 위반이 여러 건 적발됐다.
IT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설립 배경과 무관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은 능력이 뛰어난 IT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창업이 일반적이다. 창업 초기에는 근로기준을 지킬 시스템이 마땅히 없다. 스타트업이 성장한 뒤에도 창업 멤버 입김이 세다 보니 권위적인 직장 분위기가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관리자의 갑질 보다 대표(창업 멤버)의 갑질은 사내에서 마땅히 바꿀 방법이 없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스타트업 직장갑질 가해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대표가 많다”며 “제보를 보면 능력주의에 빠져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근로자 사업장이란 점이다. 스타트업에서 수요가 높은 프리랜서도 이 법을 적용 받지 않는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