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망을 두고 제기된 여러 의혹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방송과 관련, 일부 내용을 반박했던 정민씨 아버지 손현(50)씨가 이번에는 '그알' 측이 공지 없이 '다시보기' 영상을 수정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손씨는 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알의 2차 수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그알' 방송 내용에 대해 몇가지 수정사항을 요청했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혹시나 해서 다시보기를 하니 다 수정이 되어버렸다"며 "뭘 바꿨는지 공지 자체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손씨는 '그알' 측이 수정을 했다는 방송 내용으로 '휴대전화가 고인의 것이 아니라더라'며 정민씨 휴대전화를 찾는 것처럼 나왔던 전문가 발언이 사라진 것, 실종 당일인 지난 4월25일 오전 2시18분 장면을 재연하면서 3시37분이라고 표시한 부분이 사라진 것 등을 열거했다.
손씨는 "정민이 휴대전화가 아니라 다른 휴대전화를 찾는 건데 황당한 멘트(가 나왔다)"면서 한 전문가의 발언 내용을 지적했고, 자신이 지적했던 부분이 다시보기 영상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적었다.
손씨는 또한 정민씨와 친구 A씨의 모습을 재연한 장면을 두고는 "2시 18분 사진에 (A씨가) 짐 싹 정리하고 쪼그리고 앉아 휴대전화 보는 것이 나와 있는데 3시 37분의 재연 장면은 어떠한 목격자의 진술과도 맞지 않는다. (경찰보고서 참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씨는 "(그알 측) 답변은 3시 37분에 (A씨가) 전화한 것을 봤다는 멘트를 재연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2시 18분 사진하고 맞지 않는다 했더니 (다시보기 영상에서) 당연히 사라졌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손씨는 "(A씨의) 가족이 집에서 나오는 시간들이 CCTV 시간과 맞지 않다. 애초 집에 오는 시간은 3분 보정을 했는데 나가는 엘리베이터 시간은 수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방송 중 A씨 가족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장면의 시간이 방송된 5시 5분이 아닌 5시 2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손씨는 "경찰서 확인했다"면서 "(A씨가 집에) 들어간 지 11분 만에 나오는 건데 14분이 되어 보인다"고도 했다.
손씨는 이어서 "(그알 측) 답변은 최종 집에서 나오는 시간이 5시 5분이라서 그렇게 (자막을) 넣었단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주차장 화면엔 시간이 없다. 그런데 경찰보고서를 보니 5시 4분에 나왔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손씨는 "이걸로 계속 왈가왈부할 기운도 없어서 이 정도에서 그쳐야할 것 같다"면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겠다. 이번주도 힘내겠다"고 썼다.
앞서 손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정민씨의 타살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을 전한 그알 방송 내용을 두고 일부 내용을 반박하면서 수정을 요청했다.
손씨는 또한 "그알 몇 가지만 공유하겠다"며 지난달 24일 정민씨와 친구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원본 캡처를 공개한 뒤 "(그알에서 메시지를) 짧게 편집하다 보니 원 의미가 소실된 느낌"이라며 "비교해보시라"고 적었다.
방송에서 공개된 메시지에는 정민씨가 A씨에게 '부족하면 연락해 아무 때나'라고 하자 A씨는 '오늘 안되냐?'고 묻는다. 이에 정민씨는 '난 너 오면 나가지 A 바라기잖아'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손씨가 공개한 카톡 원문 내용을 보면 A씨가 '오늘 안되냐?'고 묻자 정민씨는 '놀리는 거지. 10시 직전에'라며 옐로카드을 들어 보이는 이모티콘을 보내는 내용도 있다.
손씨는 "(그알 측에서) 편집하는 바람에 옐로카드(이모티콘)가 없어진 게 아쉽다는 분이 많다"면서 "안 중요한 증인은 엄청 오래 보여주고 쓸데없이 재연도 많이 하면서 이깟 톡은 다 보여주면 안 되는 건지"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손씨는 '친구 A씨의 실제 대화 음성'으로 공개한 방송 내용에 정정을 요청했다. 손씨가 언급한 방송 내용은 '(제가 일어났을 때) 정민이는 확실히 없었을 거예요. 정민이는 예전에 한 번 이렇게 뻗어가지고'라는 자막으로 A씨의 목소리를 전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손씨는 "이게 제일 중요한데 자막에서 정민이는 우리 정민이가 아니다"라며 "다른 친구 ○○이가 있는데 의도적인지 실수인지 정민이로 자막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덧붙여 손씨는 "그알 PD에게 수정요청했는데 답이 없고 아직도 안바뀌어 있다"면서 "마치 둘이 술마신적이 있고 우리 정민이가 뻗었는데 A가 챙겨준 것처럼 오해하게 돼있다. 절대 정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씨는 이어 "이거 실수라고 하기엔 부적합하다"며 "다시 한번 정정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알' 제작진은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알' 제작진은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정민씨의 부친 손현씨께서 개인 블로그를 통해 언급한 지난 5월 29일 그알 1263회 방송의 <故손정민씨 가족-A씨 가족 간의 대화 녹취 파일> 관련 내용을 정정해 바로잡고 콘텐츠 다시보기에 수정해 업로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일의 故손정민씨 가족과 A씨 가족 간의 대화 내용 녹취 파일 전체를 확인했다"면서 "당시 대화의 전후 맥락을 따져볼 때, '故손정민씨가 옛날에 한 번 이렇게 뻗어가지고' 챙겨준 적이 있다는 내용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지만 다시 한 번 故손정민씨의 부친과 A씨 측에 크로스 체크 해본 결과 해당 문장의 주어는 故손정민씨의 이름과 발음이 유사한 다른 인물 B씨로서 故손정민씨, A씨와도 친하게 지냈던 친구로 확인됐다"면서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故손정민씨의 부친 손현씨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