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정싸움이 다음달 부터 본격 시작된다. 네이버가 쇼핑, 동영상, 부동산 등 3개 사업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70억여원의 과징금을 받은 데 대한 불복 소송을 낸지 약 3개월 만이다.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례적으로 소송전까지 불사한 네이버는 공정위 처분을 집행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물론 재판기록 열람등사 제한 신청까지 하는 등 첫 공판을 앞두고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비슷한 사건으로 네이버와의 법정 공방에서 패소한 경험이 있는 공정위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의 법정 공방은 매우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부동산 사건에 대해 첫 재판 일정을 다음 달 8일로 정하고 최근 네이버와 공정위 측에 관련 통지서를 전달했다. 네이버는 쇼핑·동영상·부동산에 대한 공정위 처분을 지난 2~3월 각각 나눠 처분 불복 소송을 냈었다. 이들 사건 중 부동산 관련 첫 재판 일정이 정해지면서 양측의 다툼은 이제 법정안에서 펼쳐지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 2015~2017년 ‘부동산114’ 등 정보업체들과 ‘확인매물정보’를 카카오 등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판단, 문제를 시정할 것을 명령하며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네이버는 “확인매물정보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창의적 노력을 들여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라며 맞서고 있다.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 네이버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이며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는 입장이다.
쇼핑, 동영상과 관련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각각 265억원, 2억원을 부과받은 네이버는 이에 대해서도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쇼핑 사건은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순위를 하락시키고 네이버 자체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상단에 노출했다는 혐의다. 동영상은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키워드’ 등 상위 노출을 위한 핵심 정보를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게 제재 이유다. 네이버는 공정위 처분 발표 당시 “쇼핑 관련 알고리즘 변경은 검색엔진의 일상적인 일이며 검색 결과가 특정 사업자로 뒤덮이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성 확보 차원의 조치였다”며 “동영상은 지적된 속성정보(제목, 본문, 키워드 등)를 가이드, 도움말 등을 통해 사업자들에게 상세히 안내했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지평, 이제 등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공정위 처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다투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동영상 사건의 경우 본재판에 앞서 네이버가 공정위 처분을 집행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됐다. 법원은 “네이버에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공정위 측이 항고를 하면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쇼핑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판기록 열람등사 제한 신청을 한 상태다. 알고리즘 등 민감한 영업비밀이 있기 때문에 제3자가 법원에 제출된 자료들을 볼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네이버와 공정위가 법정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네이버(당시 NHN)가 동영상 업체들이 ‘상영 전 광고’를 못 쓰게 한 것이 시장지배력 남용이라며 과징금 2억여원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법원은 네이버가 동영상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