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 '성추행 피해' 女부사관 추모에 탁현민 "대통령의 무너진 걸음걸이, 아팠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공군 이 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은 가운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고인의 절망, 유가족의 슬픔, 오랜 폐습을 마주한 대통령의 모습이 무겁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탁 비서관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재임 중 마지막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 추모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대통령은 한참 머뭇거렸다"며 "대통령이 오시면 하실 말씀이 있다던 이 모 중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대통령의 손을 붙잡고 울기만 했다. 하소연 없이…내내 한마디도 못한 채 울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모두 아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탁 비서관은 "돌아서 나오는 길, 대통령은 한참 차 앞에 서 계셨고 나는 대통령의 어깨가 그 무너진 걸음걸이가 또 아팠다"고도 했다.

탁 비서관은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엄중하고, 시급하고, 절체절명의 일'들이 보고된다"며 "그 일들은, 재임 마지막 날까지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탁 비서관은 "그 일들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면 대통령의 어깨는 내려앉고 걸음은 무너져간다"면서 "그리고 이렇게 황망한 현장에서 유족들과 함께 더욱 주저 앉는다"고 상황을 짚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연합뉴스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 중사의 부모를 만나 "얼마나 애통하시냐"면서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중사의 부모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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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 대통령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사건 관련, 수사기관의 엄정한 처리를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부사관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굉장히 가슴 아파하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일 공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 이 모 중사는 올 3월 선임 부사관 장 모 중사의 압박에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이 모 중사가 피해 사실을 밝혔지만 오히려 조직적 회유를 받는 등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근무지를 옮겼지만 지난 달 22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전날 오후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장 모 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중사는 현재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즉각 구속 수감됐다. 장 중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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