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벌집계좌’(집금계좌)를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전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거래소의 ‘위장’ 집금계좌 등을 전수조사해 문제가 있는 계좌는 거래를 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9일 금융감독원 등 11개 기관과 검사수탁기관 협의회 제1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암호화폐 사업자의 위장계좌 등에 대한 모니터링, 금융회사 내부직원과 연계된 대출·투자 등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감독·검사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집금계좌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거래소가 주로 이용하는 계좌다. 지금껏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체 법인계좌로 투자자에게 돈을 받는 ‘벌집계좌’를 통해 거래 결제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24일부터 실명계좌가 의무화됨에 따라 위장계열사나 제휴 법무법인, 혹은 위장 제휴업체 명의를 활용해 계좌를 운영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거래소는 시중은행이 집금계좌 개설을 엄격히 제한하자,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상호금융이나 소규모 금융회사의 계좌를 집금계좌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장계좌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각 금융회사는 이 달부터 9월까지 매월 조사결과를 FIU에 통보해야 한다. 이 위장계좌와 타인명의 현황 등의 정보는 수탁기관과 유관기관, 금융회사 등에 공유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거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는 위장계좌 등은 계좌를 폐쇄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집금계좌에서 타인계좌나 개인 계좌로 예치금 등 거액이 이체되는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을 경우엔 지체없이 FIU에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고객의 예치금을 빼돌린 뒤 거래소를 폐쇄하는 사기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이 밖에도 이날 협의회에선 금융회사 내부직원의 부정대출과 투자금 획령, 수탁자산의 불법 운영 등 자금세탁 범죄에 대한 감독·검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가 됐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