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미안하다 고맙다'는 문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관련, 방송인 김어준씨가 "만약 재벌 오너가 아니라 신세계 음식부문장 정도였으면 해고됐을 것"이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김씨는 9일 전파를 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김어준 생각' 코너에서 "재벌이 '일베'를 하면 그냥 '일베'"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3월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방명록에 적은 글귀를 두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촛불의 정신이 돼 줘 고맙다고 읽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김씨는 또한 최근 정 부회장이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을 남기는 것을 두고는 "음식에 이 표현을 쓰면서 조롱을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김씨는 "일베는 문 대통령의 '고맙다'를 시비걸었다. 그들에게 세월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르게 만든 단순 해상 교통사고였을 뿐"이라면서 "그래서 그들은 단식 유가족들의 면전에서 피자와 맥주를 먹는 폭식투쟁과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김씨는 "정 부회장의 SNS는 바로 그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한 뒤 "오너니까 말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삼성 패밀리가 아니었으면 끝장 났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어서 "문 대통령의 '고맙다'를 '정권 잡게 해줘 고맙다'는 것으로 밖에 읽지를 못한다. 억울하다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패러디를 하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공감능력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음식 사진을 올리며 잇따라 '미안하다. 고맙다' 또는 'sorry and thank you'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해당 표현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썼던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문구에서 갖다 쓴 것 아니냐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를 두고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자 정 부회장은 지난 6일에는 랍스터와 생선 사진을 올리면서 "오늘도 보내는 그들ㅠㅠ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OOOO. OOO"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OOOO. OOO'가 '미안하다. 고맙다'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측에선 정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용기 있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주로 해산물 사진에 해당 표현을 쓰는 것이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반감도 만만찮게 나왔다.
자신의 글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정 부회장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앞으로 오해가 될 수 있는 일을 조심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올린다"면서 "그러나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라고 하니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한다"고 썼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