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특허 침해 분쟁에 강력한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허청은 6월부터 중국에서 엄격한 증거수집제도가 시행됐다고 9일 밝혔다. 개정된 중국 특허법 및 관련 고시에 따르면 중국 특허청 공무원은 중대한 특허·실용신안·디자인 침해 분쟁에 대해 현장에서 증거를 조사하고 당사자를 신문해 침해 여부 판단 및 침해 행위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조사의 주체가 법관이 아닌 공무원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현재 특허청이 도입을 추진 중인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와 매우 유사한 제도다.
새로운 중국 특허법과 고시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게도 적용된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는 국내 기업들도 중국의 새로운 제도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에서는 사건을 조사하는 공무원이 직권으로 침해 행위가 발생한 현장을 조사하거나 사건 관계자를 신문할 수 있으며 신문 당사자는 조사 또는 신문을 거절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 침해자가 보유한 침해 증거들을 쉽게 입수할 수 있고 자료 은닉·훼손 사실도 쉽게 밝힐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에 의한 침해 분쟁 조사는 원칙적으로 3개월 내로 절차가 종결된다. 중국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이 제도를 이용해 신속하게 침해를 인정 받고 관련 증거를 민사 소송에서 활용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은 증거수집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소송전을 진행했던 이유도 우리나라에서 침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더 강력한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했다는 데 큰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증거개시(Discovery)’ 절차 제도를 채택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증거개시 절차 제도란 재판이 시작하기 전 원고와 피고 양측이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증거 입증 책임을 원고에게만 지우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이다.
정연우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중국이 이번 특허법 개정으로 우리보다 더 강력한 증거수집제도를 운영하게 됐다”며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우리 실정에 적합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해 권리자 보호를 강화하고 해외 진출 기업들이 증거수집절차에 익숙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