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의정부시에 문을 연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방이 학부모와 주민 반발로 결국 폐업하면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두 달 간 합동단속에 나설 방침이지만 규제의 법적 근거가 미비해 실제 단속 효과를 낙관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관련 규제법안이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얼돌 체험방을 지자체가 허가하는 방식으로 바꿔 주거지나 학원가 인근의 영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청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오는 7월 말까지 리얼돌 체험방 온·오프라인 광고와 용도·시설 미변경 등 불법행위를 합동 단속할 예정이다. 리얼돌 체험방 업종 자체를 직접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은 만큼 단속반은 청소년보호법과 건축법을 근거로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일반인들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 업소 관련 정보가 들어간 간판이나 전단이 있거나 청소년 유해매체물 표시 없이 온라인 광고를 할 경우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단속하겠다는 뜻이다. 또 건축법상 일정 시설요건을 갖췄는지도 단속 대상이다. 다만 업체가 위법사항을 시정하면 다시 정상영업을 할 수 있다. 학원가나 주택가에서 리얼돌 체험방이 운영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현재 리얼돌 체험방 운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앞서 대법원이 2019년 리얼돌 수입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수입과 판매 모두 합법이다. 리얼돌 체험방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행정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 또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에서만 운영하지 않으면 따로 제재를 받지도 않았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리얼돌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앞다퉈 발의됐지만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에도 이용호 의원이 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내에 성인용품 판매점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연내 통과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이 같은 입법 공백을 틈타 리얼돌 체험방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 13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50여개의 체험방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학교경계 200m 밖에서만 운영하면 제재를 받지 않는 탓에 어린 학생들이 많이 드나드는 학원가나 키즈카페가 입주한 상가에 체험방이 들어선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체험방은 130~140㎝ 크기의 리얼돌이 있다고 홍보하거나 ‘OO여대생’이라는 문구로 광고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곳만 리얼돌 체험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형섭 변호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는 리얼돌 체험방이 있으면 안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며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자체에 체험방 운영 허가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