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및 2차 가해를 당한 후 목숨을 끊은 여성 공군 부사관 사건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촉구하는 국회의 압박이 거세다. 특히 야 4당은 해당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이 불거진 만큼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특별검사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 4당인 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은 10일 국회에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군 성폭력 및 사건 은폐·무마·회유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제출했다. 야 4당은 이번 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군 검찰단 등이 성폭력과 같은 비군사적인 사안에 대해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그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사건의 실체를 신속하게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특검 추진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민홍철 민주당 군범죄근절 태스크포스(TF) 위원장 겸 국회 국방위원장은 특검 추진 여부와 관련해 “사건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한 뒤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군의 전면 재조사’로는 이 모든 것을 철저히 밝히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국방부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긴급 현안 보고를 받았다. 특히 군 검·경이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한 데 이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보호했어야 할 군양성평등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질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갑숙 군양성평등센터장에 대해 “약력을 보니 문재인 대선 후보의 여성행복본부장도 하셨고 민주당 각종 보직을 맡으셨다”며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긴급 현안 보고 자리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한 뒤 “군내 성폭력 사건 예방 및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재점검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군 사법제도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는 군 형사 절차에 대한 지휘관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혁과제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서 장관의 ‘군 형사 절차에 대한 지휘관 영향력 축소’ 발언이 관할관제도 폐지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일단 의지는 갖고 있다”고 정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고등군사법원 관할관은 국방부 장관이 맡고 있다. 보통군사법원의 경우 국방부 산하 법원이라면 국방부 장관이, 그 밖의 부대에 설치된 법원이라면 해당 부대 및 지역의 장이나 책임지휘관이 맡는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