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국회 청원이 지난달 성립 요건을 달성하자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국보법을 손 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청원도 지난 9일 국회에 회부되면서 인화성이 큰 ‘국보법 존폐’ 논란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국회는 ‘국보법 폐지 반대에 관한 청원’이 청원서가 공개 28일만인 이날 청원 성립 요건을 충족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를 공개하고 30일 이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성립된다. 이미 지난달 26일 국보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화제를 모으며 일주일 만에 청원 성립 요건을 충족했던 터라 국회 법사위에는 국보법 폐지 청원과 폐지 반대 청원이 동시에 계류하게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제출된 법안을 중심으로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여의도 마리나컨벤션센터에서 ‘북을 칭찬할 권리, 비난할 권리, 알 권리’라는 토론회를 열고 국보법 7조 폐지를 집중 논의했다.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선동죄를 규정한 조항이다.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과 상충되는데다 국보법 위반자의 90% 이상에게 국보법 7조가 적용돼 국보법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번 토론회에는 73명의 의원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국보법 토론회에는 7명만 참석한 것과 대비된다.
토론회를 주도한 이규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70명이 넘게 공동주최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큰 반향”이라며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해 법안 속도전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민주당의 가치에 맞는 것들은 빨리 통과돼야하는데 국보법은 몇 십년 고민한 문제인데도 잠자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도 “문화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해 국보법 7조라도 폐지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민형배 의원의 경우 국보법 폐지법을 새로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논의 확산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송영길 당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모두 열린우리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선 적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와 더불어 사학법, 신문지법, 과거사 진상 규명법 등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풍을 맞았던 경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