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관에서 널리 쓰이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개발해 ‘MRI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 리하르트 에른스트(사진) 박사가 지난 4일(현지 시간)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향년 88세.
9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1933년 스위스 북동부 빈터투어에서 태어난 에른스트 박사는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는 첼로 연주와 작곡에 관심을 가졌지만 13세 때 공학자인 삼촌의 권유로 화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ETH Zurich)를 졸업한 후 1962년 화학과 물리학·공학을 결합해 인체 내 기관의 모습을 찍을 수 있는 MRI의 초기 기술 ‘핵자기공명(NMR)’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NMR 상용화에 나서 1970년대에는 2차원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의 연구는 이후 MRI로 발전하면서 3차원 영상을 실현했고 지금도 의료 기관 등에서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NMR을 개발한 공로로 에른스트는 1991년 노벨 화학상과 울프 화학상, 호위츠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2001년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나는 실제로 뭔가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과학자라기보다 개발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