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일반

조선업 슈퍼사이클 예측 나오는 이유…조선업 기초 들여다보니

상선은 조선업의 꽃? 조선업은 어떤 산업일까

우리나라 조선사 빅3, 올해 1분기 주요 실적은

슈퍼사이클 임박? 조선업 사이클 생기는 이유



국가 기간 산업은 알아야지! 조선업 기초 쉽게 정리해드림??

오랜 불황 끝에 다시 찾아왔다는 '조선업의 봄'. 여기저기서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들뜬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기대에 힘입어 지난 4월 말 조선주도 폭등했죠. 그런데 조선업의 봄? 우리나라 조선업에도 겨울이 있었나? 초등학생 때부터 사회 시간만 되면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위라고 배웠는데…언제 힘들었던 거냐고요?

이번 기사에서는 조선업 기초 상식과 우리나라 조선업이 1위를 빼앗겼었던 눈물의 스토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상선은 조선업의 꽃? 조선업은 어떤 산업일까

먼저 조선업이 어떤 산업인지부터 파악해보겠습니다. 조선업은 항해용 선박뿐 아니라 깊은 바다에서 석유·천연가스 등을 추출하는 해양 플랜트 같은 기타 비항해용 선박까지 제작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선박을 제작하는 과정은 '건조'라고 부르죠.

선박은 사용목적에 따라 상선, 특수 작업선, 군함, 어선 등으로 분류되는데요. 일반적으로 조선회사는 보유한 제조 기술력의 차이에 따라 주력해서 제작하는 선박의 종류, 즉 선종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사 빅3인 한국조선해양(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선 주로 상선을 제작해요.



상선은 조선업 시장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전 세계 수출입 화물이 대부분 바다를 통해 이동하고, 해상 운송을 담당하는 해운사들이 바로 이 상선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만 봐도 2017년까지 전체 수출입 품목 중 99.7퍼센트가 상선을 통해 운송됐어요. 항공 운송은 겨우 0.3%에 불과했죠.

그렇다면 상선의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배가 필요한 전 세계 해운사들이 '발주'를 넣으면 조선사들은 '수주'를 따기 위해 경쟁합니다. 조선사들 입장에선 전 세계라는 단일 시장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국가 대항전의 성격도 나타나죠.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우리나라의 조선사 빅3로 불리는데요. 이 세 기업은 각각 차별화된 선종의 상선을 수주하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선종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선주'들, 그러니까 배의 주인이 될 회사를 영업해오는 역량이나 각자가 확보한 공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 조선사 빅3, 이제는 빅2로?

그런데 잠깐! 한국조선해양이란 이름, 왠지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그럴 만도 합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에 들어서야 처음 등장했거든요. 한국조선해양은 당시 국내 1위 조선사였던 현대중공업이 2위 조선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중간지주회사입니다.

양사의 합병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총 6개국(유럽연합·중국·일본·한국 공정거래위원회·카자흐스탄·싱가포르)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EU, 일본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편에선 대우 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 그룹을 한국조선해양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 우리나라 조선사 빅3, 올해 1분기 주요 실적은

한국조선해양은 LPG운반선 건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8만 톤급 이상 LPG운반선 15척 중 한국조선해양이 10척이나 수주해냈죠.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66%에 이릅니다. 특히 중형 LPG운반선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중형 LPG운반선 13척을 모두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대형 컨테이너선 분야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1분기 1만2,000TEU 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66척 중 34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52%를 기록했어요.

TEU는 20피트(길이 6.1m·폭 2.4m·높이 2.6m) 컨테이너를 선박에 몇 개나 실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인데요. 그러니까 1만2,000TEU급엔 컨테이너를 1만 2,000개 실을 수 있는 겁니다. 배의 크기만 길이 334m, 폭 48.4m에 달하죠.

삼성중공업은 지난달엔 1만 5,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한 번에 수주해내 시장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조선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거든요.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유조선(VLCC)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초대형 유조선 870척 중 167척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죠. 이 초대형 유조선은 20~30만 톤 급 선박으로 길이가 330m에 달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유조선 시장에서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가장 많이 선박을 제작한 회사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조선사 빅3는 전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도 1,2,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왜 K-조선, K-조선하는지, 알만하죠?

◇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 기술 집약산업

그렇다면 배 한 척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크기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선박 수주부터 인도까지 2~3년이 걸립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배를 파는 게 아니고, 수주를 딴 직후부터 선주의 주문에 맞게 건조를 시작하기 때문이죠.



자동화 시스템으로 배를 착착 만들어 제작 기간을 줄일 순 없냐고요?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선박은 블록들을 조립해 용접해서 만드는데요. 한 블록의 크기만 해도 가로 세로 15m에 달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아파트 8층 크기(가로45m·높이 25m)에 달하는 메가 블록을 조립해서 만들죠. 블록들을 조립할 땐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서 조립하는데, 이 과정 자체를 자동화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블록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또 주문을 받은 선박이 어떤 항로를 지날지, 어떤 화물을 싣게 될지, 선주의 취향이 무엇일지에 따라 설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주문에선 오직 한 종류의 배만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선박을 제작하는 과정은 매우 다양하고 까다로워서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하죠. 아직까지 선박 건조에 자동화가 적용되는 건 좀 먼 이야기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 기술 집약 산업으로 불려요.




◇ 조선업의 독특한 결제 방식, 헤비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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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대부분의 조선 회사들은 배를 다 만들고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까진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배를 만들어요. 조선업계에 만연해있는 '헤비테일(Heavy-Tail)'계약 때문이죠. 헤비테일은 선박의 제작 기간을 5단계로 나누고, 조선 회사가 선박을 다 만들어 선주에게 넘길 때가 되어야 결제 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계약 방식을 말해요. 꼬리가 큰 모양인거죠.



선박 한 대를 건조하는 데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이 드는데, 배를 다 만들기 전까지 제작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조선소 입장에선 재무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따라서 조선업은 필수적으로 금융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헤비테일 결제 방식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 업계에 굳어졌습니다. 경기가 힘들어지자 선주들의 새로운 선박 수요가 확 줄었거든요. 하지만 시장엔 조선소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태였죠. 자연스럽게 선주들의 파워가 커졌습니다. 선주들은 제작 단계마다 동일한 결제 대금을 넘겨줘야 했던 기존 계약 방식에서,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결제 관행을 바꿨습니다. 조선사들은 선주들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죠.

이렇다 보니 조선사의 재무구조가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계약을 체결할 때 선박 금액의 10%만 주면 되니, 자금 사정이 나쁜 선사들도 선박 발주에 뛰어들었거든요. 완성된 배를 인도 받을 시기가 됐을 땐, 이런 저런 핑계로 갑자기 인도를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조선사 입장에선 손실이 막대했죠.



조선업계에서는 미청구 공사액을 이렇게 부른다고 해요. '내 돈이지만 내 주머니에는 없는 돈.' 실제로 2016년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대비 미청구 공사액이 50%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선주가 인도를 취소한 선박들은 미인도 선박이라 부르는데요. 조선사 입장에선 미인도 선박을 처리하기 위해 늘 고심입니다. 제 3자에게 다시 매각하기 위해 경매에 내놓기도 하고, 조선사가 해운사를 차려 이 배를 사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메우기도 합니다.

◇ 조선업의 전방산업은 해운업

이렇듯 조선업은 선박의 수요를 결정하는 해운업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해운업은 세계 경기와 교역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교역이 증가하면 운임이 증가하고, 해운산업이 호황이 돼 새로운 선박 발주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조선업에도 호황이 찾아오게 되는 거죠.

그렇다보니 조선업 역시 국제 경기나 유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다음 슈퍼 사이클 곧 온다? 조선업 사이클 왜 생길까

여러분,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 '조선업 슈퍼 사이클 초입 진입' 이란 문구 보셨나요? 슈퍼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호황기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일반 사이클보다 훨씬 큰 규모죠.

조선업의 사이클은 해운업의 영향과 노후 선박 대체, 투기 심리, 규제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쳐 7~8년 주기로 오는데요. 대호황기를 뜻하는 슈퍼 사이클은 지금까지 30년 주기로 찾아왔어요. 시장에선 1973년, 2003년을 각각 1·2차 슈퍼 사이클이었다고 보고 있죠.



그럼 다음 슈퍼 사이클은 30년 뒤인 2033년쯤인 거 아니냐고요? 사이클을 결정하는 변수가 워낙 많아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시장에선 슈퍼 사이클 주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점차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친환경 비즈니스 패러다임' 때문이죠. 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조선업 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약진하던 국내 조선업이 시장에서 다시 1위를 탈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아니, 잠깐. 국내 조선업, 지금까지 계속 세계 1위였던 거 아니냐고요? 애석하게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습니다.

◇ 중국에게 왕좌를 뺏긴 한국 조선업

조선업의 왕좌는 영국(50년대 이전), 일본(50년대~80년대), 우리나라로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90년대 이후부터 우리나라 조선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넘버 원’이었죠. 그런데, 2012년. 이 자리를 중국에게 뺏기고 맙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가 필요한 배는 우리가 만든다'라는 슬로건 아래 조선업을 성장 동력으로 밀었습니다. 자국에서 필요한 선박의 발주물량 70~80%를 자국 내 조선소에서 제작하도록 하면서 조선업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주들이 중국의 국책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중국 선박 수주를 늘려갔어요. 게다가 중국 조선사들은 전 세계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수주를 따냈죠. 국내 조선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 수주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집니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수주 감소, 단가 인하 등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망하거나 강력한 구조조정을 경험하게 됐어요.

우리나라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죠. 이들은 선박 발주가 감소하자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천연 자원을 뽑아내는 해양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터졌습니다. 2014년 '셰일가스'라는 석유 대체재가 등장하며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거죠. 석유 가격이 떨어지자 해양 플랜트는 그야말로 '계륵'이 되어버렸죠.

국내 조선업은 결국 어마어마한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2015년부터 3년간 조선업에 종사하는 직원 절반이 직장을 잃었어요. 2016년은 조선업 시장에서 가장 어두운 해였죠. 전 세계 발주량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우리나라가 차지한 건 그 중에서도 16%. 일본에게도 밀렸죠. 삼성중공업은 10개월 동안 단 한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어요.



◇ 친환경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등장과 국내 조선업 반등

하지만 내리막길을 걷던 국내 조선업에게도 기회가 찾아옵니다. 바로 친환경 비즈니스 패러다임이었는데요. 시장에선 이 패러다임의 도입으로 기존 30년 주기였던 슈퍼 사이클이 단축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중의 기대에 힘입어 조선주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과연 조선업에 어떻게 친환경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 건지, 친환경 패러다임이 국내 조선업의 재도약에 어떤 도움이 됐다는 건지, 다음 기사에서 이어 다뤄보겠습니다.



/정민수 기자 minsoojeong@sedaily.com, 김현지 기자 local@sedaily.com


정민수 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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