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가 11일 기습적으로 상장폐지 및 유의종목을 지정하면서 해당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투자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업비트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내부 규정을 내세울 뿐 프로젝트 측과 사전 협의나 통보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비트 공지사항을 통해 상장폐지 사실을 접한 프로젝트들은 “황당하고 당황스럽다”며 사태 파악에 분주한 상황이다.
업비트는 이날 오후 공지사항을 통해 ▲마로(MARO) ▲페이프로토콜(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을 원화마켓에서 상장폐지한다고 밝혔다. 거래 종료일은 18일 오후 12시다.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이라는 사유만 공개했고,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업비트 측은 "원화마켓서 사라지는 5개 종목의 BTC 마켓 상장은 유지한다"며 "원화와 BTC 마켓의 거래 유지 기준이 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비트의 해명에 투자자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원화마켓 시장의 거래량이 BTC마켓보다 1,000배 이상 많은데도 BTC마켓에선 상장을 유지하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궤변이라는 것이다.
업비트는 또 ▲코모도(KMD) ▲애드엑스(ADX) ▲엘비알와이크레딧(LBC) 등 25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소명 기간은 일주일이며 업비트는 검토 후 상장폐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업비트가 국내에 상장된 프로젝트 전체에 대해 실사를 진행했는데 일부 요건을 중촉하지 못한 코인에 대해 상장폐지 등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습적인 상장폐지·유의종목 지정 통보를 받은 프로젝트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아무런 조율 없이 주말을 하루 앞두고 기습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공지를 보고 알았다"며 "사전에 공유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프로젝트 관계자도 "기준이나 협의 절차 없이 원화 마켓 상장폐지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업비트 측의 소명 요청을 받고, 모두 소명했는데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항의가 많다"며 "투자자 기망 행위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업비트 공지 후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도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퀴즈톡(QTCON)은 전일 대비 42.90% 내린 38.60원에 거래되고 있다. 페이코인(PCI)은 34.44% 하락한 779원, 마로(MARO)는 41.05% 내린 169원이다. 솔브케어(SOLVE)는 35.84% 밀린 109원, 옵저버(OBSR)는 41.08% 내린 9.27원이다. 한 업비트 이용자는 "보유 중인 암호화폐 가격이 갑자기 폭락했다"며 "40% 이상 급락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화마켓 삭제 시 사실상 상장폐지가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거래량이 천 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다. 이날 마로의 원화마켓 24시간 거래량은 1,153억 7,800만 원이다. 반면 BTC 마켓의 거래량은 1억 7,700만 원에 불과하다.
법률 전문가는 투자자와 프로젝트 모두 업비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충분히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며 "업비트가 약관에 따른 절차를 다 지켰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박하지 않은 데도 갑자기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것은 절차적 위반"이라며 "이 경우 기업 뿐 아니라 아니라 투자자가 1차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윤주·도예리 기자 daisyr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