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1위(거래액 기준) 업비트가 25개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유의종목 지정은 암호화폐 상장폐지의 전 단계다. 중소 거래소에 이어 업계 1위 거래소도 잡코인, 김치코인 등에 대한 정리에 들어갔다는 평가와 함께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오후 5시 30분 업비트는 공지사항을 통해 “코모도 외 24종 디지털 자산이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된 것은 △코모도 △애드엑스 △엘비알와이크레딧 △이그니스 △디마켓 △아인스타이늄 △트웰브쉽스 △람다 △엔도르 △픽셀 △피카 △레드코인 △링엑스 △바이트토큰 △아이텀 △시스코인 △베이직 △엔엑스티 △비에프토큰 △뉴클리어비전 △퓨전 △플리안 △리피오크레딧네트워크 △프로피 △아라곤 등이다.
업비트는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투자 유의종목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5개의 유의종목 중 절반 이상은 코인을 만든 핵심 관계자가 한국인인 김치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비트는 “유의 종목 지정 후 일주일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자세한 검토를 통해 최종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명 기간 동안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완벽히 소명되지 않을 경우 업비트는 별도 공지를 통해 거래 지원 종료에 대해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거래 지원 종료 일정은 거래 지원 종료 공지를 통해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자산은 공지 게시 시점 이후 입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계정을 받아야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잡코인을 대거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거래소는 9월 24일 이후에도 원화 거래를 중개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계정을 받아야 한다. 은행은 거래소를 평가할 때 상장된 잡코인 개수가 많으면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이에 중소형 거래소들은 5월 한달 동안에만 180개가 넘는 암호화폐 상장폐지를 공지한 바 있다. 당시 업비트 등 이미 실명인증 계정을 갖고 있는 4대 거래소는 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업계 1위가 단행한 것이다. 현재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실명인증 계정을 보유한 4대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재계약 심사를 받고 있다. 업비트의 움직임도 결국 실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해당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은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최종 상장폐지가 된 후에도 일정 기간 다른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출금하는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상장폐지는 암호화폐 가격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 업비트에서 코모도의 가격은 이날 오후 6시 10분 현재 16%, 애드엑스는 13% 빠진 채 거래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80여개의 암호화폐를 상장한 빗썸과 코인원도 조만간 코인 투자유의 종목 지정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비트 역시 추가로 투자유의종목을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업비트는 마로, 페이코인, 옵져버, 솔프케어, 퀴즈톡 등 5개 암호화폐의 원화마켓 페어 제거도 공지했다. 이들 암호화폐는 오는 18일 12시부로 원화마켓 페어가 제거된다. 업비트는 "페어 제거 시 원화마켓에서 페어 제거 이전에 요청한 주문은 일괄 취소된다"고 전했다. 페어 제거란 업비트에서 이들 암호화폐를 원화를 통해 거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코인의 경우 다날이 만든 것으로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업 투자자도 관심을 높게 보인 코인이었는데 18일부터 업비트에서 원화 거래가 중단된다고 해 시장 파장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3월 다날페이는 페이코인을 다날의 전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 대행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페이코인은 이날 오후 7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40% 폭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업비트의 이날 공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개의 투자유의종목 지정에 5개의 원화마켓 페어 제거로 총 30게 암호화폐에 대한 조치를 금요일 오후 5시 30분에 군사작전하듯이 갑자기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1일 오후 6시가 금융당국에 신고서 수리 컨설팅 신청 데드라인이었는데, 업비트가 그 직전에 잡코인을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거래소는 긴급 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