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장관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교황 방북 주선에 적극 나설 것"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행정기구인 성직자성(省)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70·사진) 라자로 대주교가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12일 오후 세종시 대전교구청에서 장관 임명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일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고 대주교 칭호를 부여했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 대주교는 한국에서 교황청 장관이 배출된 것에 대해 "바티칸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며 "교황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내에서는 아시아 출신 성직자가 500여년 역사의 성직자성 장관을 맡는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현재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의 장관 가운데 아시아인은 필리핀 출신의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이 유일하다.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교황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이 계신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 밖에 안 계시다'라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며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교황께서 장관직 제안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하셔서 발표 직전까지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모든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내 주요 부처 가운데 하나로, 사제를 배출하는 요람인 신학교 관할권도 갖고 있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은 교황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살피고 돕는 일"이라며 "민족과 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사제를 양성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가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됨에 따라 조만간 추기경으로 서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교황청 장관직은 추기경 직위로 현재 9개 성 장관은 모두 추기경이 맡고 있다. 추기경 임명은 오는 10월 교황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유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될 경우 국내에서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네 번째 추기경으로 기록된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