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유통 공룡 롯데는 결국 이베이코리아까지 신세계에 넘겨주게 되면서 온라인 사업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 강희태 부회장의 주도로 막판까지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와 경쟁을 벌였으나 금액과 전략에서 모두 공격적인 신세계에 패하며 또 한 번 e커머스 부문에서 도약할 기회를 잃었다.
16일 롯데쇼핑 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관련해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인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며 “아쉽지만 e커머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은 물론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을 계속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쇼핑은 이번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이 낙찰받은 약 4조 원대 초반보다 5,000억 원에서 1조 원가량 낮은 약 3조 원대 초반의 입찰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총알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 것이다. 롯데는 강 부회장의 주도로 이번 인수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백화점과 마트 부지를 처분해 자금을 확보했고 올해 5월에는 월드타워 관련 지분 등을 매각해 8,300억 원가량을 추가 마련하며 자금 확보에 속도를 냈다.
총알 장전뿐만 아니라 그간 e커머스의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외부 인사를 들이고 M&A에 적극 나서면서 쇄신 의지를 드러내왔다. 출범 1년 만에 롯데온의 수장을 외부 인사로 전격 교체하고 W컨셉과 중고나라 등 여러 e커머스 플랫폼 M&A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과감한 베팅은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실패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잡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4조 원대의 통 큰 베팅을 한 반면 롯데는 3조 원대 초반의 보수적인 금액으로 기대 이하의 가격을 써냈다. 롯데는 앞서 2~3년 전 티몬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인수 제안을 시너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이후 W컨셉 등 여러 e커머스 플랫폼 인수전에서도 롯데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게 M&A 시장의 전언이다.
롯데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참패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의 시장점유율은 5% 수준이다. 라이벌이자 e커머스 후발 주자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3%)을 앞지르고 있지만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실패로 격차는 메우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게 됐다.
출범 초기부터 삐거덕댔던 롯데온의 부활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그간 투입한 투자금은 물론 앞으로 집행할 자금 역시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가 승패를 가르는 e커머스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판단 없이 유통 1인자의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